요즘 나는 즐거움에 푹 빠져있다. IMF로 인한 경제적인 위기와 공공노조의 파업, 가뭄으로 인한 농촌사정 등 이 어려운 시기 에 무슨 즐거움이냐고 하겠지만 나는 요즘 일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있다. 우리가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누구와 같이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일을 해도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의욕이 솟고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내가 대학에 처음 근무를 시작한 때가 1982년 군사정부시절 학생들의 데모와 시위가 연일 일어나고 화염병이 난무하고 최루가스가 교정을 뒤덮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나는 학생처에 근무하면서 너무나 많은 마음의 고생을 겪었다. 그 당시에 학생처의 주요 업무중 하나가 운 동권학생들의 동태를 파악하여 관계기관에 보고하는 일이었으며, 이로 인하여 학생들로부터 권력의 앞잡이라는 등 많은 지탄을 받았다. 더구나 내가 졸업한 모교에서 후배 학생들에게 서 그런 지탄을 받는데 대하여 참으로 참담한 심정으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했던가.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캠퍼스에도 평온이 되찾아왔으며 나에게도 새로운 일들이 찾아왔다.

내가 요즘 일하는 재미에 빠져있다는 것은 바로 내가 원하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졌다는 것이다. 작년 9월에 홍보교류팀장으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면서 내가 20여년간 근무 하던 기간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절이 온 것이다. 우리 국민대가 55년간 사용하던 교표 및 로고를 바꾸는 UI(University Identity)작업의 실무책임을 맡고 나서, 우리 학교를 구성하 고 있는 모든 구성원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BK21사업 특화분야에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디자인분야에 선정된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 UI 개발팀을 구성하여 우리학교 자체에서 UI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6개월에 걸친 디자인작업의 결과 5가지의 시안이 나왔으며, 이 시안에 대해 학교당국, 교수, 학생, 직원, 동문 등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22차례의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였고, 또한 일반 학생들의 선호도 조사를 위하여 3일간의 교내 전시를 통해 스티커 붙이기를 하여 전체 의견의 약 71%의 지지를 받은 지금의 엠블럼을 확정하여 선포 식을 성대하게 치루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그 어려움만큼 자 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가 있었다.

이젠 새로운 UI가 확정됨에 따라 바꿔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이 산적해있다. 그러나 그 문 제 하나하나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도 아이템 별로 어떤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까하 는 흥분과 설레임을 느끼게 하였으며, 또한 구성원 개개인들이 만족해하는 얼굴을 봤을 때 는 이루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쁨이었다.

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 다시 말하면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랫말에 있듯이 "입장 바 꿔 생각을 해봐, 네가 만약 나라면 그럴 수 있니" 라는 말을 항상 생각하며 일을 하려고 한 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닐까 한다. 이 어려 운 시기에 있어서 서로의 마음을 배려하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긍 지를 느끼며 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