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 그 수준을 구별할 수 있는가? 있다면 그 수준을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문화를 어떤 시각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추상적 단어가 그렇듯이 문화란 단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곰곰 이 생각해 보면 문화를 두고서 접근하는 개념이 두 가지로 나누어짐을 알 수 있다.

그 하나는 문화인류학적 시각이다. 문화인류학에서는 문화를 인류에서만 볼 수 있는 사유 (思惟), 행동양식 중에서 학습에 의해 사회나 집단으로부터 습득하고 전달받은 것 전체를 총 칭하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태어난 후 주위로부터 보고 배워서 살아가 고 있는 모습 그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간주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원시' 또는 '미개'의 대칭적 개념이다. 이 경우 문화는 서구적 요소, 현대적 편리성, 높은 교양, 깊은 지식, 세련된 생활, 우아함, 중후함, 예술적 요소 등을 지닌 모습을 일컫는다. 이 경우 문화 속에는 인류가 개발한 물질적 소산인 '문명'적 요소와 사유의 흔적 인 '정신'적 요소 및 '예술'적 요소 등이 내포되어 있다.

첫 번째 개념으로 문화를 접근할 경우에는 '문명'과 '미개'는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일 뿐 우월 성 여부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다르다는 그 자체를 인정하고, 그 특징들을 파 악할 따름이다. 이 경우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문화가 서구의 문화와 비교할 때 서로 다른 것일 뿐 열등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 번째 개념으로 문화를 접근할 경우에는 문화의 우 월성 여부를 구별할 수 있다. 즉 '문명'적, '정신'적, '예술'적 요소가 많이 포함될수록 우월한 문화이고, 그렇지 못한 것일수록 열등한 문화로 취급되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를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는가에 따라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대학생들의 학교생활 모습을 담고 있는 대학문화는 어떻게 정의하고 평가해야 할 것인가?

대학을 흔히 지성의 전당이라고 하는 이유는 어느 집단에 비하더라도 지적사고와 그에 기반 을 둔 행동이 강조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시각으로 대학문화의 수준을 평가할 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소는 대학인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모습 속에 지적인 요소 가 얼마만큼 스며들어 있는가 하는 점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의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서, 강의가 진행 중인데도 스피커 볼륨을 높게 한 채 소리를 지르고 있는 소음문화, 대낮부 터 교정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는 음주문화, 폐쇄된 공간에서 나의 욕구만 채우면 된다고 생 각하는 실내 흡연문화, 학교의 모습이 누더기로 변하든 말든 나의 주장을 알리고 보자는 대 자보문화, 강의시간에 수시로 울려대는 휴대폰문화, 평소에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의 학업자 세를 비웃기나 하는 듯한 컨닝문화 등은 대학생들의 사고방식과 지적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를 의심케 한다.

이런 대학문화가 청산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져야 하고, 학교의 교육환경 이 고급화되어야 한다. 인간의 의식은 주어진 환경으로부터도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의 교육환경을 연차적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만, 어릴 때부터 형성되어온 학생들 의 의식수준과 행동양식을 바꾸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에는 학교의 교육체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학생 개개인의 지적자각과 반성하는 행동, 또 그것 을 엮어갈 수 있는 학생단체의 선도적 역할 등이 없을 경우 대학문화의 고급화는 백년하청 (百年河淸)이다. 스스로 고급스런 대학문화를 창달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노력이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