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보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될 것이다. 첫째는 장래 취업을 위한 준비다. 학문적인 연구가 직접 직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자격증 취득이나 기타 입사시험 과목을 위한 준비는 방학중에 해야 할 것이다. 방학도 있는데 학기중에 정작 학과 공부는 소홀히하면서 취업준비에만 열중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개탄할 노릇이다.

셋째는 새로 태어남을 위한 '허물벗기'다. 누에도 비단실로 집을 짓기 전에는 몇차례 허물을 벗으며 성장해 나간다. 많은 곤충들이 그렇게 성장을 위해서 허물을 벗으며 마침내 변신하고 새로 태어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밥만 먹는다고 거져 크는 것이 아니고 학점만 따 나간다고 거져 학사, 석사, 박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비록 나이를 먹고 키가 크고 초등학생에서 박사님까지 성장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인생과 세계관이 바로 서고 뚜렷한 주관과 심오한 비판적 사고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그는 여전히 풋내기일 따름이다. 그들은 어린 시절의 허물을 그대로 뒤집 어 쓰고 있는 미숙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는 그같은 허물벗기를 하지 않은 미숙한 지식인들이 많다. 대학입시 때까지 4선다형, 5지선다형의 점찍기 공부에만 매달리고 점수따기 요령만 배우던 습성은 대학에까지 이어지면서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너무 성급하게 기능주의적 요구에만 어울리는 지식인들을 받아들이려 하는 것도 그런 원인이 된다. 그래서 기능적인 지식만 있을 뿐 올바른 자기 인생관과 사회적 사명에 대한 감각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사,석사,박사들이양산되기 쉬운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졸업생들은 이 나라에서 세속적인 삶에는 별로 지장없는 인간형이 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나라는 올바른 비판적 사고력이나 가치관이 없는 바보들을 환영하는 자들이 지배적인 권력을 관고하게 유지해 오는 경향이 많으니까.

그러나 이런 모순이 세계 속에서 이나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최대의 걸림돌인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국가의 발전은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 발전이 아니라 간신히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매일 변해야 한다. 매일 낡은 껍질을 벗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 그리고 이같은 변화를 위해서는 이 나라 최대의 지식인 집단인 대학생들이 매일 허물을 벗으며 바르게 세상을 바꿀 줄 아는 인간형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방학이 필요한 것이다.

긴 시간 독서와 함께 깊게 넓게 생각할 시간이 이 때 뿐이기 때문이다.

방학이 끝나면 얼굴빛은 좀 검게 타겠지만 이같은 허물벗기를 통해서 새로 태어난 모습을 서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