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슬로건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들에게 익숙해져 있는 문구이다. 그러나 어떻게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는 어느 누구도 아주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OECD 49개 회원국 중 국가경쟁력이 28위, 대학경쟁력은 47위라는 평가를 받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 대학들은 DJ 정부 출범 직후부터 “소비자중심교육”, “맞춤식 교육”등의 슬로건하에 복수전공제, 학부제, 연계전공제 등을 도입하여 학생들이 폭넓게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사회가 요구하는 학생을 배출해낼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교육시스템을 바꾸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학경쟁력이 최하위라는 성적표는 다시 한번 대학교육개혁의 방향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2000년 9월부터 1년간 독일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나름대로 독일대학의 교육현장을 목격하면서 우리의 대학교육과 비교해보곤 하였다. 독일대학교육의 특징은 최근에 설립된 2-3개 정도의 사립을 제외하고는 전부가 국립이라는 점과 수업료가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독일통일 이전에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바 있으나 90년대 이후부터는 통일비용의 부담으로 대학의 예산이 감축되면서 올해 말에는 2000년 예산의 3분의 1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독일대학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여야 할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정부는 1998년 대학교육기본법을 개정하여 독일대학들에게도 정부로부터의 전적인 의존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학들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학을 개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독일이 60년대에 학생중심의 대학개혁운동이 일어난 바 있고, 그 결과로 형식주의를 탈피하였고, 교수, 조교, 직원, 학생이 모두 대학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공동결정제도가 대학에 도입된 바 있으나, 1990년대 이후의 대학개혁은 교수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가시적인 결과는 나타나고 있지 않으나 이러한 대학개혁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독일 대학교육의 현실 최근 독일 대학 직업조사연구소가 주간지 '슈피겔'의 의뢰로 조사한 우수평점 대학 서열을 보면, 소위 유명대학들 중 하이델베르크대학이 21위, 프랑크푸르트대학이 56위, 함부르크대학이 57위, 본대학이나 쾰른대학은 60위권밖으로 밀려나 있다. 반면에 1980년에 개교한 아이히스테트 카톨릭대학이 1위, 그리고 옛 동독지역에 위치한 켐니츠공과대학과 그라이프스발트대학, 마그데브르크대학, 콘스탄츠대학이 각각 2,3,4,5위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개교한 지 얼마 안되었고 학생수가 적은 대학들이 상위권에 포진한 까닭은 교육내용, 학교 시설, 교수 1인당 학생 비율, 기숙사 시설, 도서장서, 학습기간을 종합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달리 분석하여 보면 독일의 전통있는 대학들이 스스로 자구노력은 하지 않고 정부의 예산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현실에만 안주하여 온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주요 명문대학들이 평가순위에서 상위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대학교육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여 볼 때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최근 독일시사주간지 슈피겔지는 유럽 대학들 중 독일대학의 수학기간이 가장 긴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효율적으로 교육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인력수급에도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 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독일 연방주 가운데 바덴-뷔르템베르크 주가 처음으로 수학연한이 7년을 초과한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부과했으며, 이에 반발한 대학생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치라며 행정법원에 '수업료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보다는 납세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수업료부과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실적따라 재정지원 차등 이처럼 오늘날 독일대학교육이 위기에 직면한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 대하여 독일정부는 대학들이 전적으로 재정을 정부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1998년 2월 독일대학교육기본법을 개정하여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재정적으로 자립할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대학들처럼 경쟁개념 대학에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동법의 개정된 주요내용을 보면, 우선 대학의 자율성과 관련하여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수업연한을 4년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대학들 스스로 미국과 같이 학사, 석사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교수가 되기 위하여 전제가 되는 교수자격논문 없이도 교수로 임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또한 법적으로 보호하였던 교수의 강의와 연구에 대하여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이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평가시에 학생과 동료교수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학과전공과 관련한 중간시험제도와 조기졸업시험제도 등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학생들의 대학간의 이동이 더욱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학점평가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신입생 선발과 관련하여 종래에는 대학소재지에 거주하는 신입생들에게 입학에 대한 우선권을 주었으나, 이제는 대학이 입학정원의 25%까지는 성적을 기준으로하여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한 바 있다. 그리고 대학의 재정자립을 유도하기 위하여 대학의 실적에 따라 재정을 차등지원하고, 각 대학소속의 연구소들에게도 실적에 따라 재정을 차등지원을 하는 등 경쟁시스템을 도입하였으며, 종래에 지원하여 주던 각 연구소들의 출판비용도 스스로 조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각 대학들에게 산학협동을 통하여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국제협력을 강화해 범세계적으로 학문을 개방하고 많은 외국학생들을 유치하여 이들로부터 수업료를 받아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따라서 독일대학들에서 개설된 많은 강좌들은 각 기업이나 단체의 재정적 지원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며,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대학교의 경우 2001년 예산이 6억 마르크 (한화로 약 3천6백억원) 인데 그 중에서 4% (110억원)을 산학협동을 통하여 조달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많은 독일대학들이 한국학과목을 개설하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총장의 리더십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독일대학의 총장들은 1960년대 학생운동의 산물로서 등장한 공동결정제도에 따라 일반적으로 교수4인, 조교 1인, 남학생 1인, 여학생 1인, 직원 1인들로 구성된 총장선출위원회에서 선출된다. 따라서 독일통일 이전에는 독일대학의 총장들은 경영자라기 보다는 학내 구성원들의 존경을 받는 권위의 상징적 인물들이 많았으며, 이러한 총장들은 대학의 재정확보를 위한 노력보다는 대학구성원들의 지지를 받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독일통일후, 특히 1998년 독일대학교육기본법이 개정된 이후 각 대학들에게 재정적 으로 자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제 독일대학의 총장들도 더 이상 학내구성원들의 존경을 받는 권위와 상징의 표본만으로는 머물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독일총장들도 미국의 총장들처럼 CEO로서의 자질을 갖추어야만 학내구성원들의 지지를 받게 되고 총장으로 선출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최근 독일대학의 총장들이 학교재정의 몇퍼센트를 외부기관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재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실을 통하여서도 알 수 있다. 또한 독일총장들은 대학이 독일에 소재하고 있는한 학생들로부터 수업료를 받는 것이 전통적으로 어렵다는 판단하에 외국에 분교를 설립하고 수업료를 받아 대학재정을 충당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01년에 독일 뮌헨공대가 한국에 분교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재정확보를 위한 총장들의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교수와 연구 독일의 대학교수가 되기 위하여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평균 5-6년에 걸쳐 교수자격논문을 써야만 하기 때문에 신임교수들의 평균연령은 42세로써 미국대학들과 비교하여 볼 때에 매우 늦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일단 교수가 되면 권위의식이 높아 학생과 학교를 위하여 시간을 할애하는데 매우 인색한 것으로 많이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독일은 2000년에 “대학교수의 지위와 직무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교수자격논문제도를 폐지하고, 2년마다 자동적으로 인상되던 교수의 봉급제에 성과급제를 병행하여 운영하기로 하였으며, 학생과 동료교수들이 교수를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독일의 교수들도 종래에 보장받아 왔던 권위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신임교수들의 연령도 33세 - 38세 정도로 낮추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독일교수들의 강의책임시간이 8시간으로 되어 있어 대부분의 교수들이 이틀만 강의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학교 밖에서 연구하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왔다. 그 결과 학생지도가 소홀하여 지고 아울러 연구결과도 평가할 수 없는 방법이 없기에 연구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따라서 최근 '노르드라인' 주정부는 대학령을 개정하여 교수들이 3일간에 걸쳐 강의를 하도록 하고 1일은 학생지도일로 정하여 1주일에 최소 4일은 대학에 근무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최근 교수들 스스로가 대학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교수중심의 개혁작업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각 연구소 중심으로 교수들이 산학협동을 통하여 연구소의 재정자립을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