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끊이지 않자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이번 현장점검이 입학사정관제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대교협은 현장점검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평가 결과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 수단도 마련하지 않아 현장점검의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12월 중순부터 현장점검 실시=대교협은 입학사정관제 현장점검단을 구성해 오는 12월 중순부터 내년 1월까지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상은 올해 정부지원 대학으로 선정된 47개 대학이다. 이에 앞서 최근 정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차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사교육비 경감 민관협의회’에서도 입학사정관제 현장점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대교협은 현장점검을 통해 2010학년도 입학사정관전형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 뒤 평가 결과는 내년 입학사정관 지원 사업 선정 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대학들 환영 입장 표명=대교협이 입학사정관제 현장검검에 나서기로 하자 대학들은 우선 환영 입장을 표하고 있다. 이번 현장점검이 입학사정관제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채기준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등급을 매기고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차원보다는 입학사정관제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평가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본다”면서 “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은 물론 다른 대학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전파해 주고 조금 미흡한 경우에는 보완할 점들을 제시해 줄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허용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제는 올해 본격적으로 실시됐다고 볼 수 있어 대학이 잘 몰랐던 부분도 있고, 막상 해 보니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도 있었을 것”이라며 “대교협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대학은 국가 입시선진화 방향의 틀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허 처장은 “이에 따라 대교협의 입학사정관제 현장 평가는 말 그대로의 ‘평가’가 아니라 (물론 평가의 부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대교협과 대학이 의견을 교환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효성 논란 예상=대교협이 현장평가에 나선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제의 문제점 개선을 유도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현장점검의 실효성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교협 현장평가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평가에 따른 제재 조치도 즉각적으로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현장 점검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고 결과는 대학에 피드백 해 대학이 원할 경우 컨설팅도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현장점검 평가 시 지적내용(문제점)들은 (사업 선정) 최종 평가에 반영되지만 (지적내용들을) 선정평가위원들이 반영할 것이냐는 그 때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볼 때 대교협의 현장평가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느 대학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개선 조치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면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객관성·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만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점검 결과는 내년 사업 선정 평가에만 반영할 뿐 문제가 있는 대학에 대해 즉각적인 제재 조치가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대교협이 해당 대학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물론 입학사정관제 선도 대학의 경우 중간점검에 따라 이미 지급된 사업비 외 나머지 사업비의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 사업계획에 포함돼 있지만 이 또한 투명하게 이뤄졌는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대교협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김성천 부소장은 “고려대 논란에서도 대교협이 사실상 관리감독을 못했다는 배경을 봤을 때 대교협은 관리감독을 하기 적절치 않다”며 “교과부 차원에서 점검해 왜곡이 있는지 살피고 강력히 대처하지 않으면 (대교협 현장점검은) 선언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성민·민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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