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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안 부결' 세종시 입주大 고민 증폭
서울대 백지화, 고려대 재검토, KAIST 계속추진
세제혜택·국고지원 사라져… 과학벨트도 미지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됨에 따라 세종시 입주를 검토해온 대학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문제의 핵심은 수정안에 포함됐던 입주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방침이 사라진 것. 정치권이 이를 두고 ‘플러스 알파’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 대학은 원안 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수정안에서 각각 3.3㎡당 36만~40만 원 선에 100만㎡의 부지를 제공받기로 했던 고려대와 KAIST의 타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 예산 운용이 어려운 서울대 역시 논의 중이던 입주 계획이 틀어졌다. 원안에는 캠퍼스 부지 저가공급과 세제 혜택, 국고 지원 등의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

입주 캠퍼스의 성격 변화도 뒤따를 전망이다. 정운찬 총리는 수정안을 발표하며 “기초과학과 융·복합기술, 바이오메디컬 분야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려대와 KAIST는 생명과학 분야 특성화를 추진해왔으나 수정안 부결이란 암초를 만났다. 서울대도 수정안에 포함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하 과학벨트 사업)을 전제로 연구기관 이전을 검토해왔지만 무산됐다.

■서울대 백지화, 고려대 재검토, KAIST 계속추진= 서울대의 세종시 입주 계획은 ‘올 스톱’됐다. 지난 1월 수정안 발표 이후 연구시설 이전·신설 계획을 내부적으로 추진했지만, 대전제였던 과학벨트 사업이 포함된 수정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주도로 과학벨트 사업과 수정안은 별개란 주장도 나왔으나, 정치권 논쟁 속에 묻혀버렸다.

주종남 서울대 기획처장은 “과학벨트 사업과 연계해 연구소 설립을 고려했는데, 수정안 부결로 검토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원안에는 과학벨트 사업이 포함되지 않아 입주 목적 자체가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그는 “향후 과학벨트 사업이 포함되는 쪽으로 결정된다면 다시 입주 계획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예산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며 난색을 표했다.

고려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선 재검토’ 입장을 내건 가운데 내부 조율을 거쳐 입주 계획을 교과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고려대는 원안과 수정안을 전제로 각각 2007년과 올해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원안에 따른 MOU가 행정기관 이전에 대비한 면이 컸던 데 반해 수정안에 기반한 MOU 내용은 생명과학 분야에 집중한 연구 중심 캠퍼스로 성격이 다르다.

이흥식 고려대 세종캠퍼스(이하 세종캠) 기획처장은 “수정안 발표와 함께 새로 MOU를 체결하면서 원안에 토대한 MOU는 효력이 없어졌다”고 전제한 뒤 “수정안 부결에 따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의 MOU는 세종캠에 무게중심이 실렸고, 수정안에 따른 MOU는 고려대 전체 차원에서 추구한 것”이라며 “세종캠과 서울캠퍼스를 포괄하는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KAIST는 대외적으로 ‘계속 추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미 원안에서부터 세종시 입주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속내는 다르다.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수정안이 부결된 데 따른 아쉬움이 많다. 생명과학기술대학 확장·이전과 첨단연구병원 건립 등 장기적으로 의과대학 설립까지 내다보던 만큼 재정 지원의 필요성이 큰 탓이다.

양지원 KAIST 대외부총장 겸 기획처장은 “입주 시기 문제와 별개로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KAIST가 세종시에 입주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수정안에 따른 국고 보조가 없어져 고민이 크다. 원안대로라면 (재정 확보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입주大 공통고민 ‘재정확보’= 수정안 부결은 캠퍼스 부지 저가공급과 세제 혜택, 국고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수정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였던 과학벨트 사업 역시 공중에 뜬 상태다. 대학들의 세종시 입주를 이끌어내는 ‘수단’인 재정 지원과 ‘목적’인 생명과학 분야 특성화가 모두 무산된 셈이다.

여권 친이계가 우수 대학 유치 등을 위해 원안 추가 개정이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등 별도 입법을 포함한 ‘플러스 알파’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원안을 고수하는 야권이 맹공을 펼치고 있는 데다 ‘세종시 블랙홀’ 논란이 재연되면 타 지역과 충청권 간의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입주를 계획한 대학들의 걱정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인센티브 제공이 없다면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사실상 예산 문제로 서울대는 백지화로, 고려대는 재검토로 돌아섰고 KAIST도 재정 확보의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의 세종시 입주 시기와 규모, 캠퍼스 성격 변화 가능성도 감지된다.

주종남 서울대 기획처장은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 처장은 “국립대라 활용할 수 있는 예산 자체에 한계가 있다. 국고 지원이 없다면 제2캠퍼스는 물론이고 연구소 이전·설립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힘줘 말했다. “설령 과학벨트 사업이 계속 추진된다 해도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세종시 입주는 어렵다”고도 했다.

이흥식 고려대 세종캠 기획처장도 “수정안 부결로 부지 저가공급을 비롯한 인센티브들이 사라졌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다른 문제들도 있지만 세종시 입주 예산을 종합 검토하는 게 우선”이라며 “빠른 시간 안에 고려대 전체 차원 회의가 열려 입주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원 KAIST 대외부총장 겸 기획처장 역시 수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양 부총장은 “KAIST는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가는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 정부 보조 없는 원안대로라면 입주가 쉽지 않다”면서 “대학 입장에선 고민이다. 정부 의지인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데 어느 정도 책임감도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0-07-01 오후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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