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총정원 결정을 목전에 둔 15일, 이화여대 법학관에서 열린 ‘이화 로스쿨 설명회’는 수백명의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이 자리에는 이화여대 법과대학 학생들을 비롯해 비법학 전공 학생들, 타 대학 학생들까지 몰려 성황을 이뤘다. 로스쿨 예비인가가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들도 로스쿨 입학정보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로스쿨 설명회에 쏠린 비상한 관심은 이화 로스쿨이 추구하는 상(像)으로 수렴된다. 한 참석 학생이 이화 로스쿨의 남녀공학 가능성 여부를 묻자, 법과대학 강동범 교수는 “여성 선발 방침을 확정했다. 여성 법조인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 볼 수 없다”고 답했다. 김문현 법과대학장도 “여성 법조인을 배출하는 최고의 산실이 될 것이다. 법조계 입문을 꿈꾸는 여성들은 이화 로스쿨로 오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여성을 위한 교육시스템 가장 잘 갖춘 대학
이화여대는 여성 전문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다. 양성평등사회로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여성 법조인의 수가 전체의 약 15%로 태부족하다는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대’란 자부심에다 여성 전문 로스쿨을 운영, 이화여대가 앞으로도 여성 지도자의 육성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겹쳤다. 전문 법조인 양성은 물론, 사회 지도층을 배출하는 기능도 겸하게 될 로스쿨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성 법조인, 나아가 여성 지도자 양성의 메카로 자리잡는다”는 이화 로스쿨의 비전을 뒷받침하는 것은 ‘120년 여성교육’의 노하우. 김문현 학장은 “남녀공학도 장점이 있지만, 여성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구현하기는 힘들다. 여대이기 때문에 적합하게 배려할 수 있는 점이 분명 있다”면서 “여성 교육을 오랫동안 해오며 갖춰진 각종 교육 커리큘럼과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로스쿨은 학부와 달리 기혼자도 상당수 입학하므로, 임신·출산 등 여성의 생애주기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탁아시설이나 여성 전용 복지·편의시설 등 기존 대학 시설 인프라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인 교육과정에도 여성적 관점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타 대학들에 훨씬 앞서 법 여성학 강좌를 시작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이화여대 특유의 문화가 ‘여성 맞춤형 교육과정’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김 학장은 “이화여대는 캠퍼스 내에 유치원 등 탁아시설이, 바로 옆에 초·중등 교육기관이 위치해 육아 고민을 해소할 수 있다. 대형 보건소에 생리를 비롯한 응급치료 시스템도 잘돼있어 보다 편하게 교육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젠더 문제를 비롯한 여성적 담론들이 많이 연구되고, 또 자연스럽게 얘기되는 분위기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반에 걸쳐 여성에게 적합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분야 독보적 우위 로스쿨 특성화로 연계
여성 전문 로스쿨을 준비하는 만큼 특성화 분야도 여성 관련 법 연구에 치중할 계획이다. ▲성평등 ▲생명의료·윤리 ▲여성인권 ▲여성노동권 ▲여성범죄 ▲여성 법교육 ▲가족법 등 여성 문제 전반을 특성화한 로스쿨로 육성할 방침. 다양한 연구들을 집적하는 한편 로스쿨 특성화를 준비하며 보다 심도있는 연구를 병행해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기존 법률 문제를 여성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노력도 교과과정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이화여대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학내 연구·부속기관은 크나큰 자산이다. 탄탄한 인프라에 바탕한 로스쿨 내 박사학위과정 개설도 검토하고 있어, 학내 연구기관과 연계해 다양한 교육·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법과대학이 폐지되고 로스쿨에서의 단기간 집중 교육으로 대체되는 한계점을 이를 통해 극복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대표적인 게 지난 5월에 법무부와 여성 법교육 사업 공동추진을 골자로 체결한 협약으로, 이에 따라 법학연구소 내부에 여성 법교육 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로스쿨과의 협력사업 활성화는 물론이고, 여성 법교육 전반에 관한 총체적 방향성을 정립하는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화여대로서는 말 그대로 ‘여성 법교육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는 조건들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2005년 설립돼 보건복지부 지정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로 선정된 바 있는 생명윤리법정책연구소는 최근 ‘생명의료법연구소’로 개편·신설됐다. 로스쿨 유치를 대비해 기존 생명윤리 관련 연구의 폭을 좁혀 보건의료 및 의료법 분야 전문가 집중 육성 연구에 나선 것이다.
로스쿨의 도입 취지인 실무교육 강화를 위해 10여개 법무법인과 협약을 체결, 입학생들에게 실습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가정법률상담소를 실무교육 협력기관으로 확보, 가족법 분야 인력 양성의 주춧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과대학 오종근 교학부장은 “1학년 때는 헌법·형법·민법 등 필수과목 위주로, 2·3학년 때는 전문분야 과목을 공부한다. 이때 전문 법무법인의 실습교육을 제공해 다양한 심화·실무 교육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시 합격자수 5위, 임관율 1위 '최고 실적'
김 학장은 “여대로서의 특성화, 여성 전문 로스쿨을 내세운 것은 결코 경쟁력이 뒤떨어져서가 아니다. 남녀를 구별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음은 이미 입증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화여대는 최근 5년간 사법시험 합격자수에서 ▲2003년 28명 ▲2004년 36명 ▲2005년 52명 ▲2006년 52명 ▲2007년 56명으로, 꾸준히 6위 자리를 유지해오다 5위로 한단계 올라섰다. 정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탓에 합격률로 따지면 이보다 더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 더군다나 사법연수원 입소인원 대비 판·검사 임관율은 3년 연속 1위를 독주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화여대가 로스쿨 유치를 자신하는 것은 로스쿨 논의가 처음 시작됐던 1990년대 중반부터 가능성을 열어두고 차근차근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1996년에 법과대학을 독립시킨 후 1999년 법과대학 전용기숙사 ‘솟을관’ 건립, 2000년 한국법학교육위원회 법과대학 평가 ‘최우수대학’ 선정, 2005년 로스쿨 설립준비실무위원회(위원장 법과대학장) 발족, 2006년 신법학관 완공 및 법학전문도서관·모의법정 설치 등을 거쳐 올해 7월에 이배용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로스쿨 설립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켜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현재 5년 이상 실무경력교원 13명을 포함해 전임교원 37명을 확보한 상황. 로스쿨 유치전으로 법학교수 이동이 줄을 잇는 가운데서도 이를 최소화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오종근 교학부장은 “로스쿨에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입학을 하는 반면, 3년만에 기초·실무과목을 두루 섭렵해야 하는 하므로, 맨투맨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화 로스쿨은 교수 1인당 학생수를 10명 선으로 유지해 교수·학생간 1:1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든든한 법조계 동문들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우선 동문이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신인령 전 총장은 로스쿨 개별정원과 세부 인가기준들을 결정하는 법학교육위원휘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헌법학자 윤후정 전 총장, 첫 여성 헌법재판관으로 화제를 모았던 전효숙 초빙교수, 여성 법제처장 1호 김선욱 교수 등 ‘여성 최초’란 꼬리표가 따라붙는 법조계 인사가 즐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