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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대학 기부보험’
서울대-삼성생명 ‘기부펀드’ 출시키로
대학 총장의 단기 성과 집착은 ‘독’
‘기부보험’이 대학가의 소액 발전기금 유치의 전형적인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거액의 발전기금 유치와 별도로 소액 기부라는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선 것. 기존의 기부 보험이 ‘기부자 사망시’라는 꺼림직함을 탈피, ‘살아있을때’ 기부토록 하는 ‘기부펀드’로 진화하거나, ‘보험증권 할인매입’을 활용토록하는 등 대학과 소액 기부자들의 니즈(needs)를 파고들고 있다.

대학의 발전기금 유치를 목적으로 특화된 기부보험은 서울대가 지난 2005년 11월 교보생명과 체결한 협약이 처음이다. 현재 삼성생명이 6개 대학과, 교보생명이 5개 대학과 각각 기부보험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초기 기부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하게 되면 수익자로 지정된 비영리단체나 공익 법인에 보험금 전액이 지급되는 방식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의 계약 건수와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협약한 서울대, 한림대, 성균관대, 경희대, 한세대, 연세대 원주캠퍼스의 총 가입 건수는 이달까지 500건 돌파가 예상되며, 교보생명은 서울대, 인하대, 성결대, 건국대, 방송통신대와 함께 사망보험금 기준으로 22억3,000여만원을 넘어섰다.

다른 보험 상품보다 가입 건수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그러나 대학 동문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상품의 변신을 꽤하면서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생명 조태룡 지점장은 “보험 성격상 적은 투자로 큰 수익을 내기 때문에, 소액 기부자들로부터 거액의 기부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장기적으로 대학의 발전기금 유치와 활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지점장은 “추후에도 기부 가능성이 큰 동문의 데이터 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액 기부 형태지만 110만불(한화 약 11억원)짜리 거액 계약자도 등장하거나, 대학가 식당 사장이 1억원짜리 기부보험에 가입하기도 하는 등 가입금액과 가입자의 특성도 다양화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 9일 삼성생명과 ‘기부보험 협약’을 체결하면서 서울대 출신의 모 치과의사와 10억원짜리 기부보험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월 보험료만 400만원이 넘는 고액 계약에다가, 최소 10여년간 지속된다는게 큰 장점이다.

서울대는 특히 이번 삼성과의 협약을 통해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기부펀드를 운영하겠다고 밝혀, 기부 보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지금까지의 상품이 기부자의 사망을 전제로 기부금이 지급된데 반해 기부펀드는 기부자가 ‘살아있을 때’ 펀드 수익금을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또 보험 계약자와 수익자를 대학으로 정하고, 기부자를 피보험자로 설정해 대학이 보험 계약과 관련한 권한을 크게 한 것도 특징이다. 기부자가 계약자일 경우 중도 포기나 계약 해지 등이 가능하지만, 계약자가 대학이면 해약환급금을 취하는 등 계약 해지 등의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대학은 납입한 보험료의 약 94%까지 무이자로 약관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보험증권 ‘할인 매입’을 이용해 별도의 대출을 받을 수도 있어, 기부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기부자의 계약자로서의 권리가 크게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A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 규정상 펀드의 경우 1년에 12회에 걸쳐 해약환급금에서 50% 범위에서 인출해 써버릴 수 있다는 것은 대학입장에서 좋은 일이지만, 만약 기부자가 매달 100만원씩 내다가 사업의 위기를 맞을 경우 기부자에 대한 보험 기능은 전혀 없다”고 우려했다. 대학의 리스크는 없더라도 기부자의 위험이 있다는 면에서 보험의 성격에서 벗어났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기부자가 사망 보험금을 기부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펀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부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도 대학의 발전기금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B보험사 관계자는 “대학 기부보험 시장이 커지면서 보험사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상대 보험사 상품을 비하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양해야한다”고 말했다.

보험 업계 입장에서는 대학이 단기간 발전기금 유치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성과지상주의’가 기부보험의 발목을 잡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C보험사 관계자는 “대학들이 기부보험에 관심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다”면서 “총장이 임기중 성과에 집착하는 것은 기부 보험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8-07-14 오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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