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명제 앞에 직원·학생 집단도 자유롭지 못하다. 직원노조는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총학생회에 대해선 학생의 요구와 괴리된 채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원노조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사례가 대학 비정규직 문제다. 정규직으로 구성된 대학노조가 같은 직장 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얼마나 힘을 보탰냐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학교측과의 단체협상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대학노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원노조에겐 비정규직 문제는 ‘남의 일’이다.
명지대는 올해 초 95명의 일반조교를 일괄 해고했다. 이 대학의 일반조교는 대부분 ‘생계형(직업형) 조교’다. 대학측은 조직개편과정에서 계약이 끝나 해고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비정규직 법안이 확대 적용될 가능성을 우려해 미리 해고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수경 명지대지부장은 “대학측이 비정규직 법안을 악용, 직업형 조교까지 확대 적용될 것을 우려해 조교들을 미리 정리하고, 법망을 피할 수 있는 1년 계약의 행정보조원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규직 직원들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규직 노조도 없는 명지대에선 직원들의 심정적 동조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 지부장은 “오히려 몇몇 직원들이 50여일째 벌이고 있는 조교들의 복직투쟁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단 명지대만이 아니다. 정규직 노조에 연대투쟁을 요구하면 거절당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의 조직화를 돕거나 조합원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직원노조도 드물다. 서울의 한 사립대 비정규직원은 “열악한 근무조건의 해소를 위해 (정규직 노조에) 단체협상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 달라고 부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학교의 경영사정이 어렵다는 등 노조로부터 오히려 학교측을 대변하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대학의 직원노동조합은 1986년 민주화항쟁을 거치며 자리 잡았다. 시작부터가 사회적 연대투쟁의 산물이다. 대학 직원이 사회적으로 ‘선망 받는’ 직종이 된 건 상대적으로 노조가 힘을 갖게 된 것과 무관치 않다. 때문에 노조가 과거 어려운 시절을 생각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의 한 사립대 노조 관계자는 “대학노조도 근무환경이 열악했던 80년대에 학생과 시민의 도움을 받아 노조를 조직하고 노동운동을 했다”며 “대학노조가 그런 부채를 안고 있음에도 이를 잊고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직원 노조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사회적 약자를 끌어안을 필요가 있다. 장백기 전국대학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사회적 약자 편에 서지 않으면 외면 받게 된다”며 “대학내 비정규직을 받아들이고, 용역 노동자들의 투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록금 문제도 “학생 등록금을 올려야 인건비를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등록금 문제를 학생과 나눠야 사회적 신뢰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전남·강원 지역 대학의 전?현직 총학생회장이 졸업앨범 비리로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교내에서 판촉활동을 하는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학교측의 등록금 인상에 응해주고 대가를 받은 총학생회도 있다. 이처럼 최근 총학생회가 ‘졸업앨범’, ‘행사협찬’ 등과 관련한 비리로 문제를 일으킨 예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총학생회가 각종 이권의 온상이 되기 쉽다는 데에 원인이 있다. 때문에 총학생회 선거전도 혼탁한 양상을 띠는 일이 생긴다. 투표율이 낮은 경우 대리투표를 동원하는 부정선거도 일어난다. 선거과정상의 문제로 당선무효?재투표 실시 등 홍역을 치르는 대학도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10개가 넘는 대학에서 선거 전후에 발생한 문제로 재투표가 실시됐다.
또 학생들의 환심을 끌기 위해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면서 학생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한 사립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전 학생에게 4GB USB 지급’, ‘학습플래너 제공’ 등과 같은 공약이 등장해 학생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같은 공약이행도 문제지만 이미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전비?운동원 활동비 등 많은 비용을 감당한 결과, 당선 후에는 ‘본전’을 찾게 되는 악순환도 이어지게 된다.
학생들이 학생회 활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원인에는 학생들의 개인주의화와 취업난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총학생회가 학생답지 못한 비리 문제로 학생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짚어봐야 한다. 학생회가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물론 학생회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자구노력도 필요하다. 총학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투명성으로 신뢰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보사 기자는 “학생회가 예결산 내역을 모두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해야 학우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협, 구성원 요구에 귀 기울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