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오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서거하자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고등교육정책과 관련해 김대중 정부의 공과는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가.
■ "BK21, 혁신과 논란의 역사를 쓰다"=김대중 정부의 핵심 고등교육정책 가운데 하나는 '두뇌한국(Brain Korea)21', 즉 BK21사업이다.
1999년에 시작된 BK21사업은 김대중 정부가 세계 수준의 ‘대학원 집중육성’과 ‘지역 대학 특성화’를 통해 고등인력 양성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특히 BK21사업은 학사과정 정원감축, 대학원 문호개방, 연구비중앙관리제, 교수업적평가제 강화 등 대학 교육개혁과 연계돼 추진됐기 때문에 획기적인 정책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1단계 사업(1999년 9월~2006년 2월)에만 총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될 정도로 BK21사업은 김대중 정부의 핵심사업으로 진행됐고 개혁을 통한 대학 교육의 한 단계 성장은 물론 학계, 특히 과학기술계의 도약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BK21사업이 시행된 후 우리나라는 1997년에 세계 과학기술순위 28위였지만 2002년에는 10~12위권까지 급등했다. 과학논문인용색인(SCI)에 등재된 전문학술지 게재 논문 건수도 1993년 2962건에서 2003년 1만8635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BK21사업은 대학가의 강한 반발에 휩싸이면서 시작 전부터 논란이 거셌다. 대학가에서는 BK21사업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서울 대 지방, 대형 대학 대 중소형 대학, 이공계 대 인문사회), 대학 자율 훼손 등을 주장하며 정부 정책에 강하게 맞섰다. 특히 교수들은 전국 단위로 집회를 열며 BK21사업의 전면 백지화도 주장했다. 민주화 투쟁 이후 교수들이 처음으로 길거리에 나왔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BK21사업에 대한 반발은 거셌다.
당시 한 교수는 "BK21사업은 응모대학에 갖가지 개혁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행정에 의한 학문의 지배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또한 시장경제논리에 따른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기초학문의 붕괴, 대학서열화 고착화, 사교육비 증가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지방대 균형 발전에 기여=김대중 정부 역시 참여정부와 마찬가지로 교육평준화와 지방 균형발전을 중시했기 때문에 지방대 육성정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김대중 정부는 지역산업과 지방대를 연계시키는 지방대 특성화사업을 추진, 지방대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같은 김대중 정부의 지방대 육성정책은 참여정부의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누리사업)'으로 이어지면서 지속적인 지방대 발전을 꾀할 수 있었다.
■ 대입 개혁과 이해찬 세대="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이른바 ‘이해찬 세대’도 김대중 정부의 결과물이다.
1998년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수능·본고사 중심의 대학입시선발에서 본고사를 폐지하고 내신제 대신 선택전형자료(수능·논술·내신·실기)를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2002학년도 대학입시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2002학년도 대학입시 개선안'은 대학들에 학생 선발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확대해줬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해석으로 왜곡되면서 이해찬 세대 논란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