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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니 약대 교육부실화 ‘우려’
대학들 “정원 반으로 줄여도 투자는 해야” 걱정
“전임교수 확충 어려워 강사 의존도 늘어날 것”
신설 약대에 대한 정원배정이 소규모로 이뤄지자, 벌써부터 대학가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원 20~25명으로 어떻게 약대를 운영하느냐”는 볼멘소리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는 다음달 9일까지 ‘정원 30명’을 기준으로 한 약대 신청계획서를 다시 제출받기로 했다. 2012년부터 순차적으로 신설 약대별 최소 정원을 ‘30명’에 맞춰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정원 50명 정도로 맞춰진 기존 신청계획서의 수정안을 다시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계획서를 재작성하더라도 줄어든 정원만큼 투자규모가 줄지 않는다는 데에 대학들의 고민이 있다. △약대 건물 신축 △기자재 구입 △연구시설 확충 등 초기 투자비용은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정원이 반으로 줄었다고 투자규모도 그만큼 줄일 수 없다. 정희석 경북대 기획처장은 “30명에 맞춰 계획서를 작성하다보면 원래 투자규모보단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건물이나 기자재 확충 등에 적어도 200억원 이상은 투자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북대는 지난해 12월 신청서 제출 당시 250~300억원의 투자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연세대도 마찬가지다. 연세대는 신청서 원안에 총 717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배정된 정원이 25명에 그치자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다고 투자규모를 절반으로 줄일 수도 없는 입장이다.

안영수 약대추진위원장(의대 교수)은 “약학 교육과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게 하기 위해선 시설확충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정원이 10명이더라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규모를 최대한 줄여도 600억원 이상은 투자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약대를 운영해 본 대학들은 정원 20~25명이란 숫자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정원 50명의 대구가톨릭대 우미희 약대 교수(전 학장)는 “정원 30명 이하로는 등록금 수입을 거의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교육이 부실화될 것”이라며 “약대 신설을 인가받은 대학들이 언제까지나 약대운영을 위해 재정을 투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황성주 충남대 약대학장도 “정원 20~25명 배정은 대학들 보고 약대를 통해 사회사업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촌평했다.

약대 운영을 경험해 본 대학들의 이런 지적은 실제 약학 교육과 연구를 감안해 봤을 때 타당성 있는 지적들이다. 2011학년도부터는 6년제 약학교육이 이뤄진다. 지금보다 전공·임상 교육이 강화되는 것이다. 기존 4년제 하에서의 전공교육연한이 2.5년이었다면, 6년제에선 4년으로 늘어난다. 졸업 요구학점도 110학점에서 170학점으로 60% 증가한다.

이런 이유로 대학들은 “학생 수가 줄어도 전공교육과 졸업 요구학점이 늘기 때문에 교수 수는 줄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약학대학협의회는 6년제 약학교육을 위해선 전임교수가 최소 20명은 돼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대학의 약대추진위원장은 “25명 정원이면 연간 등록금 수입이 2억5000만원 정도”라며 “그렇다고 교수 숫자를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전임 보다는 강사에 대한 의존률이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반적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안영수 연세대 약대추진위원장도 “6년제 약학교육을 위해선 전공과목 위주로 교수 초빙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은 수의 정원으로 약대를 운영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언제까지 지원해 줄 수 있을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충남지역에서 약대신설을 인가받은 한 대학 교수는 “적은 수의 약대 정원을 배정받은 대학들은 학내 분란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며 “타 단과대학에서 약대에만 돈을 쏟아 붓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과부는 “신설 약대가 연구중심 약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학부 입학정원을 최소 30명에 맞추고, 30~40명 수준의 대학원 석·박사 양성체제를 구비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연구중심 약대를 위해서라도 지금의 정원은 너무 적은 규모라고 입을 모은다.

안영수 위원장은 “교수 수가 적으면 그 만큼 교수들의 강의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연구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협동 연구를 위해서도 일정 정도의 학생정원과 교수 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과부에선 평가를 통해 약대 신청계획서에 대한 이행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약대 운영이 부실할 경우 정원 배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수도권의 한 대학 교수는 “약학교육이 바로 서려면 인증·평가제가 필요한 것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한번 약대가 만들어진 대학에서 이를 퇴출시키는 게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0-03-08 오전 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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