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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특성화 교육도 ‘유명무실’
“변시와 관련 없다” 학생들 특성화 과목 외면
‘전문화·특성화 법조인 양성’ 로스쿨 취지 무색
변호사시험 선택과목 도입 오히려 특성화 저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이 변호사시험 대비에 집중되면서, 특성화 교육이 유명무실해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화·특성화된 법조인 양성을 취지로 출범한 로스쿨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이 지상과제=최근 대한변호사회 산하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가 로스쿨 평가·인증을 위한 평가기준 초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변호사시험 합격률 평가는 5년 뒤인 2015년부터 실시된다.

로스쿨별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공개되면 전국 25개 로스쿨의 서열이 드러나게 된다. 학교의 위상을 위해서나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선 상위 랭크가 중요하다. 로스쿨 서열화 초기에 어디에 포지셔닝 되느냐에 따라 명운이 갈릴 수 있다. 로스쿨들이 학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에 매달리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로스쿨에서 특성화 교육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해룡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3년 안에 변호사시험을 대비해야 하는 학생들로서는 특성화 교육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며 “대학들도 로스쿨 합격률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어 특성화 교육에 신경쓰기 어렵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전국 25개 로스쿨은 환경·IT·부동산·인권·금융·해운통상·기업법 등을 특성화 분야로 제시하고 로스쿨 설치를 인가받았다. 그러나 변호사시험 합격에 ‘올인’하는 학생들로부터 특성화 과목이 외면당하면서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 시험 대비 과목이 아니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학생이나 학교 모두 변호사시험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변시 선택과목 지정이 특성화 저해=법무부는 공법·민사법·형사법·법조윤리 등 4과목을 변호사시험 기본과목으로 삼고, 로스쿨 특성화를 장려한다는 취지로 국제법·노동법 등 7개의 선택과목을 도입했다.

그러나 선택과목과 관련 없는 특성화 과목은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은숭표 영남대 로스쿨 교수는 “그나마 영남대의 경우 모든 법학과 관련 있는 공익·인권 분야를 특성화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관련 과목을 듣고 있지만, 변호사시험 선택과목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를 특성화한 대학은 수강생이 적어 고민”이라고 전했다.

대학에서 아무리 좋은 과목을 개설해도 이를 들어 줄 학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학생 입장에선 변호사시험과 관련이 없는 과목에 시간을 소비할 여유가 없다. 지방 국립대 로스쿨 2학년에 재학중인 이경호(가명)씨는 “특성화 과목에 들어가보니 수강생이 너무 적었다. 학교에서 특성화 분야로 내건 과목 중 하나였는데 이를 듣는 학생이 적은 데에 놀랐다”고 말했다.

변호사시험 선택과목은 각 대학 로스쿨의 특성화 교육을 감안해 만들어졌다. 명분은 로스쿨 특성화 교육을 시험과목에도 반영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로스쿨 특성화 교육을 저해시킨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장재옥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법무부가 로스쿨 특성화 교육을 감안해 변시 선택과목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이것이 특성화 교육을 저해시키고 있다”며 “학생들의 경우 7개 선택과목에 포함되는 과목만 듣게 되고, 그것도 1~2개 과목을 수강하는 게 전부라 특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변호사시험 선택과목을 아예 폐지하고, 특성화 과목 이수 여부에 따라 변시 응시자격을 부여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장 교수는 “변호사시험법에 보면, 교과과정과 연계해 변호사시험을 치르도록 돼 있다”며 “여기에 충실하려면 각 대학에서 특성화로 삼고 있는 10개 과목을 충실히 이수했는지 여부를 변호사시험 응시 요건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각 대학이 특성화로 내세운 분야의 관련 과목을 모두 들었다는 인증을 변호사시험 응시요건으로 삼으라는 조언이다. 그래야 학생들도 특성화 과목을 수강하게 되고, 대학에서도 특성화 교육에 신경 쓰게 된다는 얘기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가운데 20~30% 정도는 대학의 추천을 받아 시험을 면제시켜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로스쿨 특성화 교육을 살리려면 충실히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에겐 변시를 거치지 않아도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자는 주장이다. 은숭표 교수는 “변호사시험을 사법시험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로스쿨이 예전 법대와 별반 차이게 없게 돼 버렸다”며 “로스쿨 교육이 정상화 되려면 변시 합격생 30% 정도는 학교가 선발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도 이행 책임... "변시 쉽게 출제해야" 지적도=특성화 분야를 졸속으로 결정하고, 로스쿨 인가 뒤 이에 대한 투자나 관리를 게을리 한 일부 로스쿨에도 책임이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로스쿨들이 특성화 분야의 전공 교수(전임)를 5명 이하로 두고 있다. 3명 이하인 곳도 전국적으로 9곳에 달한다. 그러면서 특성화 과목을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편성한 로스쿨도 많다.

이는 로스쿨 인가 당시 약속했던 특성화 교육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대학도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신영수 경북대 교수는 “로스쿨 특성화 분야는 그간의 학문적 성과나 학풍, 지역 인프라와 연계해 결정했어야 하는데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특성화 분야를 결정한 측면이 있다”며 “그렇게 해 놓고 로스쿨 인가 받은 후 유명무실해지고 있는데 대학도 변시 합격률이란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당초 약속대로 특성화 교육을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학부 때 법학을 전공하지 않고 로스쿨에 진학한 학생은 전체의 65%에 이른다. 이들은 변호사시험과 관련된 법학을 공부하기에도 3년이란 시간이 촉박하다. 반면 로스쿨은 송무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특성화된 전문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러한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선 변호사시험의 난이도와 로스쿨 졸업생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김해룡 한국외대 교수는 “로스쿨 도입 당시의 계획은 로스쿨 생에게 3년간 기본 교육만 시키고, 진정한 실무는 변호사 되고 나서 배우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정작 시험을 주관하는 정부에서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있다. 변호사 시험을 쉽게 출제해 로스쿨 교육과정에서 실무·특성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0-06-11 오전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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