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행보가 일관되게 ‘대학원 슬림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달 초 발표된 2단계 BK21사업 4차년도 연차평가 결과가 대표적이다. 전국 36개 사업단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3차년도 연차평가에서 탈락된 사업단이 6개에 지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또한 120개 사업단은 10~30%의 사업비 삭감 결과를 받아들었다.
BK21사업의 성격이 대학원 인력 양성사업이란 측면에서 이 같은 결과는 대학원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대학가의 시각이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사업 탈락 대학 관계자들은 “사업 자체에 대한 평가로 사업단 탈락이나 사업비 삭감을 결정했다기보다 예산 규모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불합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과부 측 입장은 기획재정부가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 사업 평가 기준 강화와 상대평가 도입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사업비로 참여 사업단 대학원생 등의 등록금·장학금을 충당해왔던 대학들로선 당혹스러운 부분. 실제로 36개 사업단이 탈락함에 따라 1500여 명에 달하는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이 끊기게 됐다.
이 같은 흐름은 앞서 교과부가 내놓은 정책들에서도 발견된다. 교과부는 지난 5월 시간강사 대책을 발표하며 대학원 석·박사 인가 설치 기준 강화, 대학원 평가·인증제 도입도 제시했다. 시간강사 양산 문제가 대학원 배출 인력(석·박사 학위 소지자)이 지나치게 많은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대학원 질 관리와 함께 배출 숫자를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안병만 전 교과부 장관이 공언한 ‘글로벌 수준 국내 박사 양성 계획’도 이 맥락에서 설명된다. 명목은 우수 국내 박사를 기르겠다는 것이지만, ‘질 제고’와 ‘인력 배출구조 조정’이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 선정으로 학부교육에 대한 예산 비중을 높인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정해진 예산에서 ‘갈라먹기’하는 구조에선 대학원 관련 예산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교과부 오대현 대학원지원과장은 “교과부의 정책 기조는 현행 대학원 배출 인력이 많기 때문에 박사 과정 설치 요건을 강화하는 등 질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박사 과정에 요구하는 논문 편수를 늘리고, 대학원이 일정 퍼센테이지(%) 이상의 전임교원 강의비율을 유지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일선에선 ‘속도’를 늦추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BK21사업에 탈락한 대학의 한 관계자는 “투자 대비 효율성이 나쁘면 사업을 중단시키는 게 맞지만, 1~2년 해보고 몇몇 지표를 들이대며 탈락시키면 기초학문 분야는 클 수 없다”고 역설했다. “BK21사업 자체가 대학원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것인데, 이제 와 대학원 구조조정을 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 곤란하다”고도 했다.
현 정부가 지난 정부의 ‘업적’인 BK21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비교적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았던 NURI사업이 이어지지 못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와 관련,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인재양성사업(이하 광역경제권 사업) 대학협의회 차용훈 회장(조선대 교수)은 사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 지원이 끊기면 그 분야의 활성화·특성화가 중단되는 것”이라며 “현행 광역경제권 사업의 경우 실질적으로는 NURI사업의 연장선상으로 본다. 굳이 전 정부 사업을 ‘캔슬’시키고 다른 사업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