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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제식 교육 가장한 ‘폭력’ 바꿀 때 됐다
김인혜 서울대 음대교수 사건 “음악계 달라져야”

“브로커를 통해 원래 가격보다 더 비싸게 악기를 팔고, 자기 독주회 때 표를 은근히 강매한다. 레슨 해주러 왔다는 교수는 슬리퍼를 끌고 와서 의자에 앉아 다리 꼬고 앉아 다리 떨어가면서 교주처럼 받드는 학생들과 엄마들이 챙겨온 간식과 음료 등을 마시며 시끄럽게 수다를 떤다. 자기 맘에 안 들면 애 하나 바보 병신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거의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신과 마찬가지의 존재다.”

 

“김인혜 교수 기사를 보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은 이쪽에선 비일비재하다. 음대 들어가려고 돈을 얼마나 썼는데 교수가 몇 대 때린다고 중간에 포기하겠나. 그냥 꾹 참는 거지. 그런데 문제는 이런 애들이 나중에 똑같은 교수가 된다는 거다. 마치 군대 폭력이 되물림 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김인혜 서울대 음대교수 사태가 일파만파다. 수업 도중 배와 등을 때리고 머리를 잡고 흔드는 등 폭행 의혹에 대해 김 교수가 “나도 그렇게 배웠다” “폭행이 아니다”라고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자 비난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도제식’ 교육에 대한 논란이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 음악계에선 이를 두고 “그동안 곪아 있던 문제가 터졌다”는 입장이다.



■음악교육 특수성 때문에= 이번 일은 김인혜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건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더욱 불거졌다. 도제식 교육을 ‘폭행’으로 폄훼하면서 빚어진 오해라고 말한 김 교수는 “성격이 다혈질인 데다 과격하다 보니 학생을 가르칠 때 배나 등을 때리고 머리를 흔드는 게 셀 수 없지만 폭행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자신의 대학 시절 지도교수에게 혼이 나 울었던 기억들을 거론하며 “도제식 훈육은 성악에 필수며 그런 게 당연하다고 배워 왔고 또 그렇게 가르쳐 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음악 교육의 특수성이 자리잡고 있다.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해지는 수업이기 때문에 이른바 ‘도제식’ 교육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 동료교수 A씨는 “교수법은 각자 교수마다 다르다.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룰이 없다. 교수 나름의 방법을 존중할 필요는 있지 않느냐”면서 “김인혜 교수 사건에 대한 명확한 진상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이 마녀사냥 식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김 교수가 과연 사회적으로 매장돼야 할 정도였나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음대 교수 B씨 역시 “폭력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면서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봤자 쉽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몸에서 몸으로, 일대일로 전수되는 음악 교육의 특수성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어떤 경우라도 폭력 안돼= 그렇지만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게 음악계의 주된 반응이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 C교수는 “도제식 교육이란 말은 본질을 벗어난 말”이라고 밝혔다. C교수는 “성악과의 경우 일대일 레슨을 받기 때문에 ‘도제식 교육’이라는 말을 쓰는 것 같은데, 김 교수가 말하는 도제식 교육과는 분명히 다른 의미일 것”이라며 “교수의 기술을 전수 받는다 해서 폭력적인 행위나 폭언을 허용해도 좋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D교수는 이번 일에 대해 “김인혜 교수가 본인의 과욕을 내세우는 바람에 지나치게 가르치다가 이번 일이 터진 것 같다”면서 “도제식 교육을 운운한다는 것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제식 교육이라는 말 속에는 교수에게 절대복종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권력관계를 지칭하는 말로, 대단히 잘못된 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D교수는 “다른 대학도 아니고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도 이런 일이 불거지다니 교수들이 모두 옷 벗을 각오로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지 않겠나”면서 “이젠 음대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의 모 음대 교수인 E 역시 “어디까지가 교육이고, 어디서부터가 교육이냐를 명확하게 선을 긋기가 매우 힘든 게 사실”이라며 “한두 명의 학생도 아니고 여러 명이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서라도 폭력은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음악계 ‘라인’ 관행 잡아야= 이번 사건을 두고 한편에선 음악교육의 폐쇄성과 관련한 ‘라인’ 문제를 바로 잡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일대일 방식을 고수해 온 음악교육에선 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각별하며,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학생들이 장래를 위해 ‘쉬쉬’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음악을 전공하고 현재 독일에서 공부 중인 한 음악 전공자는 이를 두고 “혹자는 이렇게 일이 커질 때까지 모두들 왜 입을 꾹 닫고 있었느냐고 하는데, 음악계에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폐쇄성 때문”이라며 학연·지연으로 얽힌 구조, 교수와 선배들이 가진 막강한 파워로 운영되는 구조를 문제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찍히면 끝이다’라는 말이 왜 나왔겠나. 아무리 날고 기는 실력이 있더라도 대한민국 내에선 ‘어느 교수의 제자’라는 타이틀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강사자리 하나라도 건지려면 실세에 빌붙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 이런 병폐는 옛날에도 있어왔고, 또 아직도 현재진쟁중이다. 모두들 정신 차리고 합심해서 뜯어고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폐단”이라고 지적했다.

 

모 대학의 음대 교수인 E씨는 이를 두고 “지방대 강사나 교수라도 서울대 출신이 아니면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런 라인보다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2의 김인혜 교수’가 또다시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뜻이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11-02-18 오전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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