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계약학과 신청 중복계약 많았다
교과부 수요조사 결과 업체당 2~3개 대학과 계약
대학들, 계약 실적 올리려 업체·정원 ‘부풀리기’도
교육과학기술부가 기존 약대들을 대상으로 계약학과 정원 82명을 배정했다. 교과부는 당초 약대들의 신청을 받아 총 100명을 배정키로 했으나, 실수요가 따라주지 않아 18명을 남겨놓고 82명만 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교과부가 계약학과 수요조사를 진행한 결과 2~3개 대학과 중복계약을 맺은 제약업체가 많았다. 대학들도 업체에서 필요한 약사인력을 부풀려 신청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10일 교과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교과부는 계약학과 정원배정 심사가 있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4일 200여개 산업체에 공문을 보내 실수요 조사를 벌였다. 약대와 ‘계약학과 운영계약’을 체결한 제약업체 200여 곳에 일일이 공문을 보내 실제 필요한 교육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조사한 것.
그 결과 업체에서 필요하다고 밝힌 재교육 수요는 70명 내외에 머물렀다. 교과부 관계자는 “업체들로부터 답변을 받아 취합해 보니, 교육수요가 70명 안팎이었다”며 “대학과 업체 간 중복계약이 많았고, 정원이 부풀려진 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약대들의 계약학과 정원배정 신청 당시에는 15개 약대가 총 229명을 신청했다. 대학별로 10~35개 산업체와 협약을 맺고 계약학과 정원 배정을 신청한 것. 그러나 교과부가 대학들의 신청서를 취합, 총 200여개 업체에 공문을 보내 확인한 결과 실제로는 필요한 정원이 70명 정도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70명이 229명으로 부풀려진 이유는 교과부의 답변대로 중복계약이나 허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대경 한국약학교육협의회장(중앙대 약대학장)은 “한 업체가 2~3개 대학과 계약을 중복 체결한 경우도 있었고, 대학들도 산업체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필요 정원 수를 부풀린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체에선 어떤 대학이 계약학과 신설 인가를 받을지 몰라 2~3개 대학과 중복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대학들도 산업체와의 계약실적을 경쟁적으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공공연히 필요 정원을 부풀렸다. 서울의 한 약대 학장은 “산업체와 운영계약을 체결하는 대학 담당자 입장에선, 수요가 없더라도 일단 해보자며 산업체에 계약을 유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신청 정원보다 적은 인원을 배정받은 약대들은 한편으론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실수요가 그에 따르지 못함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교과부의 계약학과 정원배정 발표 결과, 정원 20명을 신청한 서울대가 13명을 받아 그나마 가장 많은 정원을 배정받았다. 반면 충북대(10명) 이화여대(10) 중앙대(8) 원광대(5) 경희대(5) 등은 10명 이하의 정원을 배정받았다. 이들 대학들은 원광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20명 정원을 신청했었다.
정서영 경희대 약대학장은 “기존 정원이 63명인 서울대가 계약학과 정원을 13명 배정받은 반면, 정원 40명인 우리대학은 5명밖에 배정받지 못했다”며 “정원이 많은 곳에 오히려 계약학과 정원을 더 많이 배정해 약대간 부익부 빈익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원 30명의 삼육대도 정원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계약학과 정원 20명을 신청했으나, 단 2명밖에 배정받지 못했다. 임동술 삼육대 약대학장은 “계약학과 평가기준도 규모가 큰 대학에 유리하게 돼 있었다”며 “정작 6년제 약학교육을 위해 증원이 필요한 대학은 계약학과 정원을 너무 적게 배정받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황성주 충남대 약대학장은 “계약학과는 운영 초기이기 때문에 학생 선발방법이나, 정규 학생과의 학력차 등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아직 시행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정원을 너무 많이 배정받아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번에 유보된 계약학과 정원 18명을 올해 하반기에 재배정할 예정이다. 특히 계약학과 수요가 점차 줄어들 것을 감안해 정원을 조정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직률이 높은 관리 약사 때문에 고민을 가진 업체들이 많아 계약학과에 열의를 가진 업체들도 많았다”며 “그러나 업체들이 계약학과를 통해 약사인력을 확보하게 되면 점차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계약학과) 정원 조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100명의 계약학과 총 정원을 향후 수요변화에 따라 줄일 수도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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