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복귀’ 봇물 터지나
‘의사양성체제 선택권 부여’에 서울대 등 대다수 ‘의대’ 희망
가천의과학대 “의전원체제 그대로 유지” … 경북대 등 ‘고민’
‘의과대학이냐, 의학전문대학원이냐?’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의대·의전원 선택을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되, 병행은 불허하는 방향으로 의사양성체제 개편에 관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많은 대학들이 자율권을 준다면 의대 체제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알려진 대로 정부 방침이 최종 확정·발표될 경우 상당수 대학에서 의대 체제로의 복귀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전원 체제에도 다양한 장점이 있고 재학생·수험생들의 상황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선뜻 의대 복귀를 택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는 대학들도 많다.
■의전원 완전전환 대학도 ‘의대 복귀’ 고려
현재 의전원을 설치한 국내 대학은 총 27개로 가천의과학대·경북대·경희대·전북대·조선대 등 15개는 의전원 완전전환, 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영남대·전남대 등 12개 대학은 의대 병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이 중 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영남대·전북대·조선대 등 상당수 대학들에서는 한 가지 체제를 선택해야 한다면 의전원보다는 의대가 좋다는 데 구성원들 간 공감대가 이미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다.
전우택 연세대 의대부학장은 “지금까지 논의해 온 바로는 연세대는 의대 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의전원을 없애면 학사편입제도 등을 통해 학부 졸업생들이 의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며 “다만, 이달 9일 신임 학장 선출을 위한 선거가 있었다. 공식적이고 정확한 입장은 새 학장이 자리를 잡고 난 뒤 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선교 영남대 의대학장도 “대학에 자율권을 준다는 정부 방침이 확정될 경우, 의대 체제로 통일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며 “의대 복귀에 대해 구성원 전원이 동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세현 동아대 의대학장은 “의대 복귀로 대다수 구성원들의 의견이 기울어져 있다. 의학교육체제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의대 복귀를 희망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고, 서울대·성균관대 의대 관계자는 “교과부 방침이 확정돼야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학내에서는 의전원 폐지가 거의 확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병행대학은 물론, 의전원 완전전환 대학들도 의대 복귀 의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의전원으로 전환했지만 기대했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학부 신입생 유치 등 다양한 부분에서 손해를 보고 있어 의대 복귀가 낫다는 판단이다.
도남용 조선대 의전원장은 “현재 교과부 최종 발표에 앞서 의대·의전원 체제의 장단을 다시 한 번 면밀히 살피고 있는 중이다. 학내 여론은 의대 체제로 돌아가는 쪽으로 모이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교과부가 공식적인 사안을 발표하기 전이기 때문에 입장을 확정 짓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김대곤 전북대 의전원장도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다만 지난해 말 의전원 교수 전원을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78%가 의대 복귀, 22%가 의전원 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복귀를 희망하는 구성원들이 더욱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모 대학 의전원 교수는 “의전원 완전전환 이후 의대 체제보다 좋다고 느꼈던 부분이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의대가 없어 매년 우수 학생들을 놓칠 수밖에 없는 게 가장 속상했다”며 “의전원 도입 이후 늘 의대 복귀를 희망했다.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 우리 대학도 하루 빨리 의대 체제로 복귀했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의전원 선호하거나 고민 중인 대학도 많아
그러나 의전원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거나, 의대로의 복귀를 망설이고 있는 대학들도 많다. 의전원 체제에도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데다, 의대 복귀 과정에서 나타날 다양한 문제들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선택권이 주어지더라도 의전원 체제를 유지할 계획인 대표적 대학은 가천의과학대다. 신익균 가천의과학대 의무부총장은 “국내 대학들 중 최초로 의전원을 도입해 지난 6년여 간 운영해본 결과, 긍정적인 점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 선택권이 주어지더라도 의전원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며 “무엇보다 의전원에는 의학전공 동기가 보다 확실한 학생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학부에 비해 수업 분위기가 진지하고, 학습 의욕·성취도도 상당하다. 또 유급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의전원·의대 선택을 놓고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대학들도 있지만, 백지 상태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고민하는 대학들도 있다. 특히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한 대학들은 체제 선택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다.
정성광 경북대 의전원장은 “경북대의 경우 의전원 체제가 정착이 잘 돼 있고, 이미 졸업생도 배출한 상황기이기 때문에 다시 의대 체제로 돌아가려면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교과부에서 확정안이 나오면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본부의 입장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다. 신중을 다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더불어 지방 한 대학 의전원 교수는 “대학들이 의대 복귀를 택할 경우 의전원 재학생·수험생·학부모들이 받게 될 타격이 엄청나다. 이들이 겪게 될 혼란과 어려움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학교의 입장만을 생각해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보다 넓고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영설 경희대 의전원장은 “이달 19일 의대·의전원 교수 전원이 모인 가운데 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이다. 의학교육체제 선택을 주제로 토의·설문조사를 진행해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해 제도 선택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할 것임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아직은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이달 말까지는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지난 8일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이 서강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정부가 의전원·의대 학제 중 하나를 대학이 자유롭게 선택토록 하는 방침을 곧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유력 인사들의 입을 통해 체제 선택권이 대학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정책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향후 정부의 최종 발표에 더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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