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법원 판결 이후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고려대를 겨냥했던 여론의 화살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로까지 번지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특감·검찰 조사 요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창원지법 제6민사부(재판장 이헌숙 부장판사)는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2-2 일반전형에 응시했다 떨어진 전국 수험생 24명의 학부모들이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학교 측은 700만 원 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려대가 의도적으로 일류고 출신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고교별 학력차이를 반영한 점이 인정된다”면서 “이는 시험이나 입학전형의 목적과 관계법령 등의 취지에 비춰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부당해 재량권을 일탈 내지 남용한 경우에 해당돼 위법하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 이후 비판 여론은 곧바로 고려대로 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속칭 명문사학이라는 이유로 비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하였음에도 이를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방법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결국 고려대가 외고생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부정을 저지른 것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려대가 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여론의 뭇매는 더욱 거세졌다. 좋은교사운동은 "법원의 상식적인 판결에 대해 고려대는 일체의 반성이나 사과 혹은 적절한 해명없이 항소를 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면서 "고려대는 고교등급제 시행과 모집요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책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판 여론은 대교협과 교과부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교협은 대입 업무 총괄기구란 점에서, 교과부는 주무부처란 점에서 공동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좋은교사운동은 "대교협과 교과부 역시 어떠한 반성이나 책임있는 조치 없이 고려대의 항소 결과를 지켜보겠다고만 함으로써 자신들의 무책임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대교협과 교과부도 자신들의 감독 소홀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판결 후폭풍은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더욱 확산되는 형국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16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대의 입시부정은 2009년 수능시험을 치렀던 전국 58만8282명 수험생의 희망을 꺾었고 당시 수시 2-2전형 응시자 4만772명에게 실질적인 피해와 상처를 안겼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입시부정에 따른 수험생의 피해는 단순히 금전적으로 보상할 수 없다. 현재 입시전형에서도 이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교과부의 고려대 2009년 수시 2-2전형 특별감사 실시 △검찰 수사 △고려대 2009 입시부정 피해자 4만772명에 대한 민사소송 추진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