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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고교등급제 의혹부터 판결까지
대교협 결정 ‘무용지물’… 대입 권한 축소 가능성도

고려대가 2009학년도 수시 2-2학기 일반전형(이하 수시전형)에서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판결이 지난 15일 나왔다. 최초 문제 제기부터 2년 가까이 끌어온 소송에서 고려대가 ‘패소’함에 따라 입시에 관한 대학 측 권한이 축소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2008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국어고나 과학고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내신 등급에도 불구, 일반고 학생들을 제치고 고려대 수시전형에 합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특목고 출신 지원자를 우대하는 고교등급제를 시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확히는 수시전형의 1단계 선발이 쟁점이 됐다. 학생부만으로 평가하는 1단계 전형에서 내신 등급이 높은 일반고 학생들이 떨어진 반면 등급이 낮은 특목고 학생들이 합격한 사례가 발견되면서 논란이 인 것.

문제가 커지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자체 검증에 나섰지만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대교협 윤리위원회는 지난해 2월 고려대의 소명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한 결과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같은 날 고려대도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에 나섰으나 역시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세부 산출방식에 대한 설명이 빠졌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자 수시전형에서 석연찮게 떨어진 학생들의 학부모가 직접 나섰다. 지난해 3월 박종훈 당시 경남 교육위원을 대표로 한 24명의 학부모들이 고려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의 초점은 고려대가 지원자들의 내신 성적을 자체적으로 보정해 사정한 데 맞춰졌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산출방식의 상수 α값과 k값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으나, 고려대 측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소송은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고려대가 해당 과목의 학교 평균과 표준편차를 전체 지원자의 평균과 표준편차에 따라 ‘이중 표준화’하는 방식을 쓴 점이 의혹을 샀다. 타 대학들은 난이도 보정을 위해 해당 과목의 학교 평균과 표준편차를 이용해 표준점수를 산출한 정도에 그쳤다. 게다가 고려대가 산출방식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관련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점 역시 문제가 됐다.

소송이 길어진 것은 고려대 측 변론 재개를 이유로 선고 기일이 수차례 연기된 탓이 컸다. 소송을 주도한 박 전 교육위원이 지난 6월 지방선거에 경남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것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판결이 교육감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상당한 시간과 논쟁을 거쳐 1심 판결이 나왔지만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려대 측이 항소 입장을 공식화했고, 일단 고려대의 손을 들어줬던 대교협 측도 사태 추이를 살펴보고 있어서다.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든 학부모 측도 인원을 추가로 모집해 항소심에 대비할 것임을 밝힌 만큼 고교등급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0-09-29 오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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