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국립대 단과대학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총장이 학장을 임명하도록 한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 개정안을 24일 입법예고해 국립대 교수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받아든 국립대 교수들의 반응은 ‘냉소’와 ‘분노’로 요약된다. 이들은 교과부의 이번 입법예고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교수들의 목소리마저 틀어막는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병덕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 상임회장은 “기본적으로 학장 직선제를 하고 있지만, 각 대학 형편에 따라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지금도 100% 직선제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대학 자율에 맡기면 될 것을 무조건 임명제로 전환하라고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학장 직선제가 학내 파벌 형성 등 폐단이 있어 임명제를 도입한다는 교과부의 설명도 반박했다. 그는 “어느 제도나 장단점은 있다. 그렇게 따지면 대통령 선거도 없애야 한다는 것이냐”며 “일률적으로 임명제로 바꾼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때문에 각 대학 사정에 맞게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교련은 25일 서울대에서 총회를 갖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특히 국립대 교수들은 이번 입법예고가 기습적으로 이뤄져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교과부가 발표한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의 ‘큰 줄기’인 국립대 법인화와 교원 성과연봉제 반대에 주력해오다 뒤통수를 얻어맞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내 입법예고하기로 한 성과연봉제의 경우 국립대 교수들의 반발이 크자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국교련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게 법인화와 성과연봉제 등을 주요 안건으로 토론회를 열 것을 제안하고, 장관이 이를 수락할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경북대 교수회 전현수 사무처장은 “법인화와 성과연봉제에 신경 쓰고 있는 사이 느닷없이 학장 임명제를 입법예고한다는 공문이 날아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장 직선제 폐지는) 노태우 정권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초등학교 반장도 선거로 뽑는 시대에 임명제로 전환한다는 건 시곗바늘을 20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립대 교수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각 단과대학 교수회의 존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총장이 학장을 임명하게 되면 단과대학 교수회 존재 자체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다.
전 사무처장은 “학장 임명제는 단과대학 교수회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단과대학 교수회가 죽으면 전체 교수회도 생명력을 잃는다”며 “교수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