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총장 이기수)의 등록금 협상이 결렬됐다.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서 학교와 학생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학생 측이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25일 고려대 재학생 커뮤니티 ‘고파스’ 등에 따르면 이날 열린 등심위는 시작된 지 약 1시간 만에 무산됐다. 학생 측 대표로 참석한 조우리 총학생회장은 “학교 사정만 고려해 제시된 등록금 5.1% 인상안을 학생 입장은 감안하지 않은 채 관철시키려 한다. 이런 등심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회의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고려대는 이날까지 등록금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 19일부터 4차례에 걸쳐 열린 등심위에서 학교 측은 줄곧 5.1% 인상안을, 학생 측은 인상안 반대를 고수했다. 협상에 진전이 없자 학생 측은 협상 거부를 택했다. 등심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학교 측 입장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학생 측은 등심위에서 동등한 협상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한 점에 불만을 표시했다. 학교 측이 학생 목소리를 듣는 자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 등심위에 학생 측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반면 학교 측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상률을 낮추려면 재정 수입 확대나 지출 축소가 우선이란 입장이다. 이 같은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탓에 학생 측이 등심위를 결렬시켰다는 것이다. 고려대 관계자들은 “사실 3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한 사립대는 많이 없지 않느냐. 지난 2년간의 동결로 올해는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암·세종캠퍼스 학부 총학생회와 대학원 총학생회는 오는 27일 고려대 본관 앞에서 등록금 인상안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총장실을 방문해 항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 같은 고려대의 등심위 파행은 아직 올해 등록금을 정하지 못한 다른 대학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회장인 이기수 총장이 거듭 밝힌 ‘인상률 3% 이내’ 요구를 정작 고려대가 외면할지에 대학가 이목이 집중돼있다.
대부분 대학들이 이번 주 내로 등록금을 고지할 방침인 가운데 고려대 사례를 눈여겨보는 대학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교협 회장교인 고려대가 등록금을 많이 올리면 다른 대학들도 참고해 인상률을 결정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