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정상화 절차를 진행 중인 세종대·광운대·동덕여대 등에 뉴라이트 계열 인사를 비롯한 구재단 측 인물들을 이사진으로 파견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금전 비리, 입시 부정, 독단적 경영 등의 문제로 퇴진한 이들 대학의 구재단 복귀도 가시화되고 있다.
학내 반응은 엇갈린다. 겉으로 드러난 목소리는 ‘복귀 반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제가 있어 퇴출된 구재단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퇴출된 구재단의 복귀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읽힌다. “구재단 복귀가 기정사실이라면 무조건 반대보다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종대는 지난달 22일 최동호 전 세종사이버대 총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최 이사장은 2005년 비자금 조성과 공금 유용 논란으로 사퇴한 주명건 전 이사장 쪽에서 추천한 인사. 사분위가 선임한 7명의 정이사 중 5명이 주 전 이사장 추천 인사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구재단이 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세종대 측은 “종전 이사회(구재단)의 정통성을 인정해 경영권을 인정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반면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는 구재단 복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손태환 세종대 교협회장은 “경영권이 인정됐다는 본부 측 발표는 구재단에 편향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 설립자 주영하·최옥자 씨 입장과 그간의 세종대 정상화 노력을 무시한 악의적 표현도 포함됐다. 교협 차원에서 반박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대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개방이사 2명의 추가 선임도 서두르고 있다. 충원될 개방이사 역시 구재단 측 인사로 채워질 전망이다. 개방이사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와 이사회의 면면이 구재단 쪽으로 쏠려있기 때문이다. △법인(6명) △대학평의원회(4명) △사이버대(1명) △고교(1명) △초교(1명) 인사로 이뤄진 추천위가 2배수의 후보를 올리면 이사회가 최종결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주 전 이사장의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 회장은 “이대로 개방이사까지 선임되면 이사 9명 중 7명이 구재단 측 인사가 된다. 본인이 복귀하진 못해도 주 전 이사장 뜻대로 운영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대 한 관계자도 “주 전 이사장은 대학 밖으로 옮긴 법인 사무실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원격조종’ 중”이라며 “지금도 교수·직원들은 주 전 이사장의 눈치를 볼 정도로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운대는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제3자의 법인 인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해 논란을 낳았다. 광운대 재단 인수 의사를 밝혀 그간 협상을 진행해온 효자그룹을 배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구나 탄원서에는 교무위원들과 함께 종전 이사의 서명도 들어갔다. 기업의 재단 인수에서 구재단 복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는 지난 2007년 법인·교수·직원·학생·동문 등으로 구성된 광운대 법인 정상화 위원회가 명시한 ‘재원 조달 능력을 갖춘 재정 기여자의 재단 운영 참여’ 원칙과 배치된다. 탄원서에서 인수를 반대한 ‘제3자’가 이 항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위원회가 합의한 내용이 깨지자 반발이 뒤따랐다.
가족간 분쟁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광운대의 임시이사 파견은 1993년 입시 부정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파문이 커지자 설립자의 차남인 당시 조무성 총장은 해외로 도피했다. 종전 이사회 측인 조 전 총장은 복귀를 원하고 있지만 설립자의 장남인 조일성 씨 등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재단 소유권을 둘러싼 형제간 갈등으로 번진 케이스다.
세종대와 광운대는 총장을 비롯한 핵심 보직교수들이 구재단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학내 반발은 거세다. 돌아올 자격이 없다는 게다. 가족간 다툼도 걸림돌이다. 부모인 설립자와 자식인 종전 이사장 간의 분쟁(세종대), 설립자 연고권을 주장하는 형과 동생인 종전 이사 측의 마찰(광운대)이 그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먼저 해결하지 못하면 구재단이 복귀하더라도 잡음이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월 22일 사분위가 9명의 임시이사를 파견한 동덕여대는 우선 1년을 훌쩍 넘긴 총장 공백에 관심이 모아진다. 맹원재 전 건국대 총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한 이사진은 김윤식 총장 직무대행을 선임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2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총장 선출에 관한 안건이 논의되지 않았다.
이사회의 총장 선출 절차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구재단 복귀 가능성과도 연결돼 있다. 동덕여대는 2003년 학교법인 동덕여학단 설립자의 손자인 조원영 전 총장이 인건비 부당집행 등 공금 유용으로 물러난 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당시 이사회가 교수·직원·학생 참여비율을 정해 총장 직선제 방안을 제시했으나, 교과부의 종합감사로 이사진이 전원 해임되면서 총장 선출 논의 자체가 백지화됐다.
동덕여대 모 관계자는 “교수·직원들 간 내부 분쟁이 오래 되면서 물밑으로는 다들 구재단과도 접촉하고 있다”면서 “빠른 시간 안에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총장이 선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극렬 동덕여대 교협회장은 “총장 선출의 법적 권한은 이사회에 있다”면서도 “교수들이 이사회가 총장 선출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교수들은 새 이사회가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놨다. 임시이사진의 짧은 임기 동안 총장을 선출하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다. “이번 임시이사진 임기 내에 총장 선출을 논의해 마무리짓기엔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창석 전국교수노조 동덕여대 지부장은 “이사회의 면면이 구재단에 친화적 인물들로 보인다”며 “학내 민주화의 결과물인 총장 직선제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이사 체제로 전환한 조선대는 학내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교과부와 사분위가 구재단 측 이사를 잇따라 선임·임명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지난달 11일 주광일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 정순영 전 동명정보대학 총장이 조선대 이사로 임명됐다. 모두 구재단 측 추천 인사로, 9명의 정이사 중 과반수인 5명을 채웠다. 이 중 박성숙 이사는 애초에 조선대 학내 분규와 임시이사 체제의 원인을 제공한 박철웅 전 총장의 딸이다. 조선대는 그간 결원이사 2명에 대한 선임권을 요구해왔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정이사 체제 전환을 앞둔 상지대도 “구재단 측 인사 배제”를 되풀이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1993년 족벌 경영 논란으로 물러난 김문기 전 이사장은 설립자가 아니므로, 이사 추천의 몫이 없다고 주장한다. 각종 비리로 인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김 전 이사장의 복귀 또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구재단을 정이사 추천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지대는 “사분위 전체회의가 예정된 29일에도 상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