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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선진화방안' 반발 ‘확산’
성과연봉제 도입, 학장직선 폐지 교수사회 술렁
“총장 임명제가 오히려 교수 줄서기 조장할 것”
“연봉제, 교수 간 경쟁 과열로 학문융합 퇴보”
국립대 선진화방안에 대한 교수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립대 교수들의 임금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성과연봉제 도입과 대학 민주화의 산물인 학장 직선제를 폐지하려는 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국립대 선진화방안에 교수사회 ‘술렁’=14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 대해 국립대 교수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선진화 방안은 △국립대 법인화 △학장 직선제 폐지 △성과연봉제 도입 등이 골자다.

이 가운데 학장직선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반발이 가장 격하다. 법인화는 현 정부 출범 이전부터 예고된 것으로 비교적 충격이 완화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에선 법인화 문제로 본부와 교수사회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학장직선제 폐지까지 담은 국립대 선진화방안이 발표되자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호문혁 서울대 교수협회장은 지난 12일 교내에서 열린 법인화 관련 토론회에 참석 “학장 직선제에 문제가 있다면 대학 스스로 고쳐나가면 될 것”이라며 “정부가 대학 자율로 할 것과 개입해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 내 파벌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총장·학장 직선제 폐지가 거론돼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또 국립대 총장이 학내 단과대학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돼 온 것도 사실이다. 한 국립대 교수는 “직선으로 뽑힌 학장들은 자신도 선출직이라는 점을 내세워 총장의 말을 안 듣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역사적 진전 퇴행시키는 후진화방안”=그러나 이를 이유로 1987년 민주화 이후 뿌리내려온 직선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다. 전현수 경북대 교수회 사무처장(사학과 교수)은 “대학의 총장·학장 직선제 뿐만 아니라 대통령 직선제 또한 찬·반 의견이 갈리는 등 갈등의 소지가 있다”며 “어느 직선제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총장이 학장을 임명하게 되면, 총장 선출 뒤 자기를 밀어준 사람들로 학장을 채우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 아니라 역사적 진전을 퇴행시키는 후진화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희 전남대 교수회 의장(화학공학과 교수)도 “학장 직선제로 인해 단과 대학 내 파벌 다툼이 문제가 되는 대학은 일부”라며 “일부 대학의 문제점을 갖고 모든 국립대의 학장선거를 폐지하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문 의장은 오히려 “학장 직선제가 23년간 유지돼 오면서 오히려 인품을 갖춘 인사가 교수들 지지를 얻어 학장이 되고, 단과대학의 특성을 반영한 운영이 이뤄지는 등 좋은 점이 많았다”며 “오히려 총장 임명제로 바뀌면 총장 될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의 폐해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학장직선제 폐지가 국립대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포석이란 지적도 있다. 정용하 부산대 교수회 의장(정치외교학과 교수)은 “학장직선제로 인해 편이 갈리는 문제점을 해소하고, 총장에게 권한을 준다는 점에서 학장 직선제 폐지를 추진하지만 사실은 이를 통해 국립대에 대한 정부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것”이라며 “향후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립대 법인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봉제 도입 학문 발전 저해할 것”=국립대 교수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도 비관적이다. 정부 지원은 그대로 두고, 연봉제를 시행하면 교수 간 ‘제로섬’ 싸움이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교수 간 경쟁체제가 강화되면서, 학문간 융합연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호문혁 서울대 교협회장은 “성과연봉제는 헌법상 보장된 국립대 교원의 지위를 무시하고, 학문 간 벽을 허물고 시도되는 융·복합 흐름에 재를 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과연봉제 체제 아래서 교수들 간 경쟁이 격화되면, 학제 간 융합 연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정용하 부산대 교수회 의장도 “교수 간 융합연구가 이뤄지려면 최소 1~2년간 의견 교환할 시간을 가진다”며 “매년 평가를 통해 연구 실적이 기본급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교수들은 ‘실적’에만 집착하게 되고 장기적 연구나 융합연구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교수간 협력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하는 융복합 연구의 경우, 성과연봉제로 인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의장은 “개인적으로 어느정도 연구기반을 확보한 교수는 경쟁상대인 교수와의 협력보다는 개인적 실적을 내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학문 융합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 대한 교수사회의 반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5일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가 국립대 선진화방안 반대 성명을 내기로 했고, 18일에는 서울대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충남대 등 거점 국립대 교수회장 공동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국교련은 성명서를 통해 “선진화 방안은 각 대학 총장이나 교수 단체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에서 문제가 크다”며 “정부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선진화 방안을 즉각 철회하고 모든 당사자들을 참여시켜 진정한 국립대 발전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0-10-16 오후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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