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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목적 보상금 제도, 대학이 수혜자될 수도
[특별기획]①저작권 ‘규제 아닌 완화’ 인식 변화
해외 ‘비영리, 교육용 목적’도 엄격한 가이드라인

대학가의 ‘수업 목적 저작물 보상금’(이하 보상금) 제도 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8월 경 언론에 집중 보도되며 쟁점이 됐지만 이후 진전된 바는 그리 많지 않다. 저작권 보호란 대의명분에 이견을 다는 이는 없다. ‘지성의 전당’이자 저작물 생산의 큰 축인 대학이 저작권을 외면할 이유도 마땅찮다. 무엇이 문제일까. 일선 대학들은 제도 설명이 먼저라고 말한다. 보상금 책정 기준은 무엇인지,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대학은 수혜자가 될 수 있는지. 이 같은 궁금증을 덜어주기 위해 본지는 보상금 제도의 현황과 방향, 해외 사례 등에 대해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

(1) 수업 목적 보상금 제도, 어디까지 왔나
(2) ‘카피레프트’에서 ‘카피라이트’로
(3) 저작권 가이드라인 필요하다

■ 보상금 제도, 대학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 제도가 이슈화된 것은 대학별로 학생 1명당 일정 금액(3580원으로 협의 중)을 보상금으로 물린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그러자 대학생들이 먼저 나서 “학생들의 주머니를 터는 격”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사실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저작권산업과 측은 “저작권법 25조는 학교나 교육기관 등을 보상금 납부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학생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상금 수령 단체로 지정받은 (사)한국복사전송권협회(이하 복전협) 김동현 사무국장도 “재학생 1명당 사용하는 저작물 이용량을 대학의 보상금 납부 산정 기준으로 활용한 데 따른 이용자측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런 해프닝은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기존에 없었던 보상금을 내게 됐다”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그 반대가 맞다. 2006년 개정된 저작권법 25조 4항의 고시 기준에 따라 부과돼야 할 보상금 지급이 유예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입장에서 보면 “법적으로 보장된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란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다.

사실 보상금 제도는 간단히 요약된다. 학교 수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대학 등 저작권법이 정한 교육기관에선 저작권자에게 사전 허락을 구하지 않고도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대신 저작물에 대한 이용료가 부과된다. 사후 보상금 지급을 의무화해 권리자에게 창작의 대가를 주고, 이용자는 저작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 ‘규제 아닌 완화’ 변화하는 대학가 인식 = 눈여겨 볼 부분은 대학들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점이다. 당초 전국대학교교무처장협의회(이하 교무처장협)는 성명을 발표해 제도 시행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취했었다. ‘비영리 교육용 목적’ 사용에 보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전향적 검토’ 의견도 나오고 있다.

남인길 교무처장협 회장(대구대 교수)은 “지금도 보상금 제도 반대 입장이 더 많다”고 전제한 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저작권 분쟁이 이는 것보다는 제도 시행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학생 수가 많은 대학들 중심으로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제도를 검토해볼 시점이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무처장협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소통 창구 역할을 주문했다. 제도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구체적 기준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곧바로 참여할 계획이다. 남 회장은 “제도에 대한 찬반을 떠나 우선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보상금 부과 시기와 금액의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얘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는 ‘규제’로만 받아들이던 보상금 제도가 실은 ‘완화’된 저작물 사용 기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협의 중인 금액대로라면 학생 수 1만 명 대학 기준으로 3580만 원을 내면 되지만, 개별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한 소송이 벌어질 경우 대학이 감당해야 할 금액은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청소년 대상으로도 무차별적 저작권 소송을 벌여온 일부 법무법인의 사례에 비춰보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 ‘한 발씩 양보하기’ 제도 시행의 출발점 = 보상금 제도에 관한 그릇된 인식은 또 있다. 권리자와 이용자의 ‘이분법’이 그것이다. 대학들은 돈을 내야 하는 이용자 입장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앞으로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저작물 생산의 최대 주체가 바로 교수들이라서다. 장기적 관점에서 손익을 따지면 보상금 제도는 되레 대학 측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한 발씩 물러선다면 타협점이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망도 밝다. 문화부나 복전협은 대학 측이 제도에 관한 피드백이나 대안을 내놓는다면 열린 자세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대학가의 인식 변화에 발맞춰 실용적 고민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제도 자체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교협 황인성 기획조정실장은 “저작권 내용 자체를 모르는 것은 아니잖은가. 결국 정책적·재정적 지원 등 대학이 제기하는 현실적 문제가 고려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보상금 협상 당사자인 대교협과 복전협 또한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최우선적으로 꼽히는 사안은 재원 문제다. 복전협 김동현 국장은 “외국에 비하면 협의 중인 보상금은 싼 편이지만, 국내 대학에 대한 국고 지원 역시 부족한 사실도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교협 황인성 실장도 “국고 지원 같은 현실적 난점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대교협이 매개체가 돼 일선 대학들과의 논의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 해외 사례 살펴보니…

국내 대학 관계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은 보상금의 적용 범위와 저작권료 책정 근거, 해외 사례 등으로 정리된다. 저작권 관련 문화나 역사가 국내와 달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해외 국가들은 대부분 수업용 자료 등 비영리·교육적 목적의 저작물 사용에도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미국은 저작권 제한의 일반 조항으로 ‘공정이용’(fair use) 개념을 명시하고 있다. 저작물의 비영리·교육적 이용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보상금 제도에 반대하는 근거로 들 만하지만, 실제로는 한정된 범위에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공정이용’이 인정된다. 수업 목적으로 활용하더라도 복제 범위는 책의 한 장(章), 정기간행물·편집물에 게제된 논문·단편·시·차트 하나로 제한된다. 같은 저작자의 작품은 한 편, 하나의 편집물에서 인용되는 저작물은 세 편 이내여야 한다.

△특정 저작물을 제작하기 위한 복제 △기존 저작물을 교체·대체하기 위한 복제 △저작물 구매를 대체하는 복제 △같은 자료의 반복 복제 등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

‘수업 목적 저작물’이란 국내의 포괄적 개념에 비해 사안별로 저작권을 적용하는 점이 눈에 띈다. 시간이 촉박해 저작권자에게 사전 허락을 받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복제가 가능하고 운문은 250단어 이내, 산문은 2500단어 이내에서 복제할 수 있는 등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모두 서적이나 정기간행물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다. 음악·시청각 저작물, 실연·전시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다.

호주는 보상금 지급 대상을 저작권 집중관리단체(collecting societies)로 할 것을 법으로 정해놨다. 특히 저작권 이용 사례가 △‘자유이용’ △‘보상금 지급’ △‘저작물 이용 계약’ 경우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참고할 만하다. 현재 국내 상황과 더불어 보상금 기준이 고시되거나 그렇지 못했을 때의 저작권 적용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상황에 대입해보면 문화부의 보상금 기준 고시가 불발될 경우 ‘자유이용’ 상황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저작물 이용 계약’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와 닮은꼴인 일본도 저작권을 제한하는 범위는 국내에 비해 훨씬 좁다. 특히 원격교육이나 전송에 관해서는 대부분 따로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독일 역시 교육 목적 저작물 복제 등이 가능하지만 ‘수업 내에서의 이용’으로 한정되며, 수업 개념 자체도 제한적으로 규정된다. 이용 후에는 보상금을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0-11-25 오후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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