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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특별기획]③가이드라인, 권리자·이용자 양보부터
“통 큰 이해보다는 깐깐한 기준” 현실적 재고 필요

저작권은 저작물에 관한 기본적 권리다. “저작권이 지켜져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무엇을, 얼마나, 어디까지 지켜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할 말이 많은 모양새다. ‘저작권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은 그래서다. 단 대학가에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여겨진다. ‘수업 목적 저작물 보상금’(이하 보상금) 제도의 시행이 우선이란 게다. 더구나 가이드라인은 대학과 저작권자의 의견을 조율, 반영해야 해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밑그림은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국내 여러 분야와 해외의 가이드라인 적용 기준·범위, 복제 이용료 사례 등을 비교해봤다.

< 글 싣는 순서 >
(1) 수업 목적 보상금 제도, 어디까지 왔나
(2) ‘카피레프트’에서 ‘카피라이트’로
(3) 저작권 가이드라인 필요하다


■ 권리자·이용자 서로 양보 가능성 보여 = 지난달 1인 밴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이진원 씨가 세상을 떠났다. 직접적 사인은 뇌출혈이었지만 저작권자인 그가 생전에 겪은 생활고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음악 실연자의 불공정한 지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이를 계기로 저작권자들이 처한 상황과 구조적 문제점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이규호 중앙대 교수(법학)는 사적 복제 보상금과 공연 보상금 도입을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큰 틀에서 대학가에서 협의 중인 보상금 제도와 비슷한 성격의 제도가 음원 판매 수익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최근 영화계는 ‘굿 다운로더 캠페인’을 벌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 불법 다운로드 방지 차원을 넘어 합법 다운로드를 권장하는 내용. 공식 인정받은 온라인 공간에서 적정 대가를 지불하고 저작물을 이용토록 한 것이 골자로 ‘다운로드’ 행위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냈다.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보상금 제도에도 참고가 될 만한 사례다. “복사를 합법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보상금 제도 시행을 반대해온 이들에 대한 답변도 된다. 보상금 제도 역시 ‘공공연한 불법’을 ‘현실적인 합법’으로 바꾸는 노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례의 공통분모는 권리자와 이용자가 서로 한 발씩 양보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음원과 영화는 웹상에서의 무료 다운로드로 저작권을 침해당한 대표적 분야였다. 그러나 권리자는 금액 수준을 낮추고 이용자는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물론 문제는 남아있다. 디지털 음원의 수익 분배 비율이 저작권자에게 불리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연이어 제기된다. P2P 사이트나 웹하드를 이용한 영화 불법 다운로드도 여전하다. 다만 변화의 단초가 보이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핵심은 권리자·이용자의 상호 양보로 인한 합법적 제도 시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 해외선 다양한 범주, 세세한 가이드라인 = 대학가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보상금 제도의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딱 잘라 정하기는 어렵다. 협상 파트너인 한국복사전송권협회(이하 복전협)와 대학 협의체들 모두 제도 시행이 우선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저작권 인정이란 전제 조건에 합의하는 만큼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수업 목적 저작물’의 각 분야와 범위부터 복제가 허용되는 정도, 보상금 제도를 적용받지 않는 저작물 이용 사례까지 모두 대상에 포함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도서·간행물, 음악, 사진·동영상, 공연·전시 행위 등에 대한 분야별 가이드라인이 따로 있다. 기준도 매우 구체적이다. 복제 분량과 횟수 등까지 꼼꼼하게 제한한다.

미국은 ‘공정이용’(fair use)의 경우 저작권 제한이 인정된다. 그러나 비영리·교육용 목적이란 이유만으로 공정이용이 성립되지는 않는다. 공정이용이 인정돼도 일정 범위를 넘어선 부분을 복제하면 역시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수업 목적이라 해도 논문이나 전문 분야 도서 등 독자층이 한정적인 케이스는 복제 행위에 공정이용 개념이 적용 안 될 수 있다. 음악 저작물을 발췌·복제할 때는 저작물의 10% 이상을 넘어서거나 학생 수를 초과해선 안 된다. 또 비영리 교육기관은 시청각 저작물을 녹화할 수 있지만 녹화물은 45일 이상 보관할 수 없다.

국내와 가장 유사한 상황으로 꼽히는 일본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타이트하게 규정이 적용됨을 알 수 있다. 복제의 형태·용도·부수 등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인쇄·제본 등 보존·시판 가능한 형태의 복제 △대형강의(500명 정도) 수강자 숫자만큼의 복제 △교육용 소프트웨어, 연습용 워크북 등 원래 교육용으로 제작된 저작물 등의 복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교과용 도서에 대해선 보상금 지불을 조건으로 공표된 저작물을 게재할 수 있으되, 대학 교재는 포함되지 않는다. 초·중·고와 대학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국내 일부 의견과 대비된다.

독일의 경우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은 아예 저작권 제한 대상 교육기관에 포함되지 않는다. 성인교육까지 허락 없이 복제할 수 있도록 하면 저작권이 지나치게 침해받는다는 논리다. 또한 저작권자의 이용 허락이 면제되는 경우에도 보상금 지급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호주는 독일과 달리 대학과 전문대학을 대상 교육기관으로 간주하지만, 관련 규정을 세세한 부분까지 정해놨다. 수업 목적이라도 출판물은 총 면수의 1%, 음악 저작물은 10%를 초과해 복제하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동일 저작물의 다른 부분을 14일 이내에 이용하지 않아야 하며, 방송 복제물 역시 14일 내에 파기하는 게 원칙이다.

■ 대학측 “정부 부처, 창구 전면 나서주길” = 보상금 징수·분배단체로 지정된 복전협은 대학들과의 협상을 비롯해 저작권 관련 실태 조사를 해왔고, 앞으로 가이드라인 제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대학들이 출판물에 대한 복제·복사에 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 다양한 내용의 저작권을 계속해 알려나간다는 복안이다.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사진 이미지 하나, 하나까지 저작물과 보상금 제도 대상이란 점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도 복전협과 협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부정적 반응이 더 많은 편이라는 전언이다. 하지만 제도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보다 세부 내용과 기준을 정확히 알아보자는 입장으로 논의가 진전된 것도 사실이다. 복전협과의 협의가 진척되고 국고 지원 등 일정 내용 이상의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일선 대학들과의 매개체 역할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부처가 대학들과의 소통과 제도 추진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보상금 수준이나 제도 시행 시기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계속 협의해나가는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대학들의 주관 부서인 교육과학기술부가 좀 더 전면에 나서 입장 조율에 앞장서야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FTA 타결… 선진국 수준 저작권 강화 예측

한-미 FTA 타결은 저작권 분야에 큰 변화를 불러온다. 지적 재산권 직접규제 조항에 따라 미국 권리자(특허권·저작권자 등)가 자신의 권리를 국내에서 직접 단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한-EU FTA까지 타결된다면 국내 저작권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보상금 제도와 같은 국내법이 없는 상황에서 저작권 분쟁이 벌어진다면 대학과 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저작권 관련 국제 기준의 근간인 베른협약 9조 2항은 복제권 제한의 3단계 기준을 제시한다. “△특별한 경우 △저작물의 통상적 이용을 방해하지 않는다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어 TRIPS협정 13조는 복제권을 ‘배타적 권리’로 확장시켜 저작권 전반에 대한 조항이 됐다. 국내에서 수업 목적 이용을 ‘특별한 경우’로 주장한다 해도 해외 기준과 다르게 해석되면 법적 소송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관련 제도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관련법이 있어야 국내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와 유사한 포괄적 방식 저작권료 징수·분배단체인 호주 유한저작권기구(CAL)는 학생 1명당 사용하는 저작물 이용량에 38달러(호주달러당 약 1121원)씩을 부과한다. 3580원으로 협의 중인 국내 보상금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아무래도 현실적인 금액 문제가 크다. 보상금 제도에 의한 평균 복사 사용료는 개별이용 방식으로 1면당 7.7원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저작권료 징수·분배단체 저작권처리센터(CCC)는 1면당 2달러(달러당 약 1140원) 수준을 책정해 3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대희 고려대 교수(법학)는 “국가별 저작권 집중관리단체간 협상을 통해 2가지 형태의 계약이 가능한데, 미국은 이용료를 상호 면제하는 계약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협상 중이지만 제시하는 금액차가 커 합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0-12-10 오전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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