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사회

목록
프린트 스크랩
‘복제·공유’ 이전에 ‘권리’가 우선
[특별기획]②‘현재-국내’보다 ‘미래-세계’ 눈길 돌려야
카피라이트 정착 우선… 카피레프트 선택할 수 있도록

‘카피라이트(copyright)’냐, ‘카피레프트(copyleft)’냐. 익히 알려진 대로 카피라이트란 저작물에 대한 배타적·독점적 권리를 의미한다. 카피레프트는 그 반대다. 저작물의 공유를 뼈대로 한다. 대학가의 ‘수업 목적 저작물 보상금’(이하 보상금) 제도 논란도 이 같은 입장차를 드러낸다. 양쪽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다만 생각 차이만 되풀이 확인하는 논쟁보다 앞으로를 대비하는 생산적 토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의 선후관계, 국내 저작권 실태와 미래 문화산업의 방향, 해외 FTA 체결시 준비 상황 등을 짚어봤다.

< 글 싣는 순서 >
(1) 수업 목적 보상금 제도, 어디까지 왔나
(2) ‘카피레프트’에서 ‘카피라이트’로
(3) 저작권 가이드라인 필요하다


■ 조금씩 다른 대학가 입장, ‘예산·시기’가 문제 = 보상금 제도의 대학측 협의 당사자는 세 단체로 나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 한국원격대학협의회(이하 원대협)가 저작권법상 보상금 수령 단체로 지정받은 (사)한국복사전송권협회(이하 복전협)와 협의하고 있다. 모두 일단 보상금을 내야 하는 ‘이용자’ 입장에 있지만 한 목소리만 내는 것은 아니다. 서로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보상금 제도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원대협이다. 원대협 김영철 사무국장은 “사이버대의 특성상 콘텐츠 자체가 오픈돼 있다. 일일이 저작권에 신경 쓰는 것보다 보상금 지급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선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대구사이버대 도진우 콘텐츠제작팀장은 “교수들이 저작권 제한 때문에 콘텐츠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제도가 빨리 시행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하면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은 다소 물러서 있는 모양새다. 대교협은 제도 시행에 국고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대교협 관계자도 “대학도 초·중·고교와 마찬가지로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유예 기간과 홍보 노력이 필요하다. 보상금에 대한 국고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예산과 시기의 문제다. 대교협·전문대교협은 물론, 제도 시행에 찬성하는 원대협도 일반 대학보다 낮은 등록금을 감안한 보상금 규모 조율을 바라고 있다. 저작권을 지켜야 한다는 대전제나 보상금 제도 도입 취지, 필요성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풀어야 돌파구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다. 협상 당사자인 복전협도 이 같은 점을 알고 있다. 제도 시행을 전제로 어느 선까지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이 될지 등은 기준을 함께 마련해나갈 방침이다.

■ 카피라이트 ‘필수’ 토대 위에 카피레프트 ‘선택’ = 사실 보상금 제도는 온전히 카피라이트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제도 자체가 저작권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작권자의 권리를 일정 부분 보장한다는 면에서 카피라이트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반면 비영리·교육용 목적을 이유로 보상금 제도 시행에 반대하는 쪽은 저작물을 무상으로 자유롭게 이용해야 한다는 카피레프트를 설파한다.

문제는 둘의 선후관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저작권 관련 전문가들은 카피라이트 확립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카피레프트는 카피라이트에서 파생된 개념”이란 게 이들의 설명이다. 국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가에서도 저작권 개념이 자리 잡기 전에 폭넓게 복제·복사가 허용된 탓에 카피라이트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배움에 관대한 문화가 겹치면서 대학가 복제·복사가 묵인됐고, 이것이 카피레프트 옹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해외와 비교해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 뚜렷해진다. 저작권 관련 가이드라인을 정해놓은 외국의 경우 저작물 이용 허락을 구하거나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정해진 범위 내에서의 무상이용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확대해 이용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가치관의 충돌인 셈이다.

“카피라이트는 필수, 카피레프트는 선택”이란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물의 기증·공유 행위가 훌륭하다 해서 저작권 주장이 지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복전협 관계자는 “자유 의사에 따라 카피레프트를 실천하는 것은 장려할 만하지만, 모든 저작물과 저작권자에게 동참을 강요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힘줘 말했다.

■ ‘환경’ 어젠다 다음은 ‘지재권’ 국제기준 살펴야 = 보상금 제도 시행을 비롯한 저작권 관련 인식의 개선이 시급한 이유는 또 있다. 지적 재산권 문제가 국제적 어젠다(agenda)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 한·미 FTA나 한·EU FTA가 발효되면 미국과 EU 등의 저작권 수준에 발맞춰 변화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미래 문화산업 분야가 성장하려면 저작권 보장이 선결 조건이다. 보상금 제도 시행은 그 출발점이라 할 만하다. 대학도 보상금을 내야 하는 입장 뿐 아니라 창의성 교육을 주도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십수년 전 추상적 구호에 가까웠던 환경 이슈는 오늘날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주요 쟁점이 됐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발전전략으로 채택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퉈 친환경 기술 개발에 나서는 시대로 빠르게 변화했다. 가까운 미래에 저작권을 비롯한 지적 재산권 분야도 환경 이슈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이대희 고려대 교수(법학)는 “국회에서 비준 받은 FTA 조항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보상금 제도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해외는 국내 수준에 비해 저작권을 강력히 보호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은 저작권을 제한하는 ‘공정이용’(fair use)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국내의 ‘수업 목적 저작물’ 이용 경우와는 해석 차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래 핵심 문화산업, 카피라이트가 동기 유발”
[인터뷰]표정호 한국복사전송권협회 운영이사

표정호 복전협 이사는 ‘지금, 여기’보다 ‘앞으로, 세계로’에 방점을 찍었다. 저작권 문제가 미래 핵심 분야로 발전할 문화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저작권이 보장되고, 마땅한 보상금이 대가로 주어진다면 문화산업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상금 제도는 권리자와 이용자 양쪽 모두를 고려한,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 복전협과 협의 중인 대학 협의체들의 입장은.
“ 개별 대학과 모두 협상할 수 없어 각 대학 협의체들과 창구를 마련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건 원대협이다. 공식 입장을 밝혔고 계약 체결 얘기까지 나왔다. 대교협이나 전문대교협은 아직 유보적 입장이다. 제도 취지나 필요성에는 협의체들 모두 이견이 없다. 다만 제도 시행 시기와 예산 문제가 걸리는 것 같다. 복전협은 저작권자 입장을 대변하지만, 이 제도는 이용자인 대학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성격이 짙다. 대학 협의체들이 주장하는 국고 지원의 필요성은 이해되는 부분이다. 구체적 기준 등은 논의가 필요하다. 저작권자와 대학이 윈윈(win-win)하도록 소통해나가고 있어 조만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 대학들에 비해 정작 저작권자 목소리는 많이 듣지 못했는데.
“나도 교수다. 대학 입장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권리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보상금 제도로 저작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데다 아직 기준이 고시 안 돼 보상금마저 못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전업 작가 같은 경우는 너무 어려워진다. 복전협은 법이 만들어진 2006년부터 지금까지 권리자들에게 참으라고 해왔다. 제도 시행을 위한 협의를 서두르는 이유다. 계속 문화부 고시가 미뤄지면 권리자들도 단체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고시를 추진토록 압력을 행사하거나 제도 자체를 폐지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만약 제도가 없어지면 개별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한 소송이 광범위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 지금 카피라이트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를 꼽아 달라.
“카피라이트가 보장돼야 창작 의욕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책을 잘 써서 벼락부자가 되는 사례도 나와야 우수 인력들이 문화산업에 매력을 느끼지 않겠나. 저작권자 입장에서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국가 차원 발전전략과도 직결된다. 문화산업은 미래 핵심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세계적 추세는 점점 카피라이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방어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예컨대 앞으로 기존 산업들로는 중국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 분야를 잘 활용하면 문화산업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보상금 제도와 저작권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고시가 불발되고 보상금 제도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수업에서 쓰는 자료를 일일이 허락받을 수 있겠는가. 무단으로 쓸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가 문제 삼으면 일일이 합의해야 하는데 사회적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저작물의 경우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외국 로펌들이 천문학적 금액을 걸고 소송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대학들과의 소통을 전제로 빨리 기준이 고시돼 제도가 시행되기를 바란다. 이참에 저작권 관련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한다. 해외와의 교류 확대를 대비해 지적 재산권 인식을 정립하고, 문화산업 발달의 토양을 마련하는 의미도 있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0-12-03 오후 12:34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관련기사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