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총장 이기수)가 지난 2009학년도 수시 2-2 일반전형(이하 수시 2차)에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판결이 15일 나왔다. “고교간 학력차를 점수화해 반영했다”는 판단이 내려짐에 따라 그간 대학들이 주장해온 ‘학생 선발 자율권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창원지방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이헌숙 부장판사)는 이날 고려대 수시 2차에 불합격한 전국 수험생 24명의 학부모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하 손배소)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려대 측은 원고에게 각각 위자료 700만 원씩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려대가 의도적으로 고교별 학력차를 반영한 점이 인정된다. 특목고 등 일류고 출신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출신 고교의 평균 점수와 표준 편차를 다시 표준화해 보정하는 방법을 써 내신 1~2등급 지원자는 탈락하고, 5~6등급 지원자는 합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결의 이유로는 대입에서 자율성보다 공정성이 중시된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국민적 관심사인 대입은 우수인재 선발을 위한 대학의 자율성에 앞서 고도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관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주도한 박종훈 전 경남 교육위원은 “대입만큼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여망을 사법부가 확인해준 결과”라며 “학생 선발에 대한 대학의 자율권이 무조건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제동을 건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년여를 끌어온 소송이 계속 석연찮은 이유로 연기돼 ‘외풍’이 있지 않나 우려했는데 다행히 재판부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하며 “고려대의 대응을 살피면서 대처해나가겠다. 현재 손배소에 참여한 24명에서 학부모를 더 모집해 향후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려대는 판결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정석 고려대 입학관리팀장은 “공식 입장은 판결문이 나오면 대학 차원에서 검토해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것”이라며 “문제가 된 전형 절차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