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대학에 부담주지 말라”
예산확대는 ‘환영’ 대학부담은 ‘걱정’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22일 꺼낸 ‘반값등록금’에 대해 대학들이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표했다. 고등교육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하지만, 자칫 등록금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눈치다. 예산확보 논의가 안 된 상황에서 나온 정책인 탓에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 보는 견해도 많았다.
이경숙 이화여대 부총장은 “여당의 생각대로만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는 환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운영하는 대학 입장으로서는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지, 대학에만 인하를 요구한다면 곤란한 일”이라고 밝혔다.
김정오 연세대 기획실장은 “반값등록금이라 해서 등록금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 돼선 곤란하다. 재정 마련을 이유로 대학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 기획실장은 “지금까지도 국가가 대학에 투자를 한 게 거의 없다”며 “반값등록금 정책 실현을 명분으로 대학에 일부 재정을 부담시키는 것은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한정화 한양대 기획처장 역시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대학에 재정 부담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 기획처장은 이에 대해 “지금의 대학은 단순히 강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OECD 국가 중 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이 밑바닥인 상황에서 이런 정책을 꺼낸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신형욱 한국외국어대 기조조정처장은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기조조정처장은 “대학교육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이라며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려면 학교 차원에서는 불가능하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욱 선문대 기획처장은 “반값 등록금은 정부가 학생에 대한 직접 지원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추진 과정에서 대학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환영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재정확대를 통해 학생을 직접 지원해야지, 대학에 부담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우려다.
박현신 덕성여대 교무처장도 “사립대가 대학운영에 있어서 정부지원을 받는 것도 아닌데 , 반값 등록금 논란으로 학생들의 요구가 커지게 되면 학내 갈등만 유발하게 된다”며 “정부가 반값 등록금의 실현가능성을 제시하지 않고, 대학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는 인상”이라고 우려했다.
표를 의식한 ‘정치 선전’이란 지적도 많았다. 여인권 숙명여대 기획처장은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충분한 예산 확보와 제대로 된 계획 없이 이렇게 급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내년 총선을 대비한 정치선전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홍인권 단국대 교무처장은 “반값 등록금은 대학 측이 부담을 져야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개념이 전달돼야 한다”며 “실현이 된다면 좋겠지만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하기엔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식 서울여대 기획정보처장 역시 “전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기획정보처장은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세금이 올라가게 마련이다”며 “세금을 걷어서라도 이를 실현하려면 국민들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희 광운대 교무처장도 “지금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부터 당장 (반값 등록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 나오고 있어 문제”라며 “등록금 논의가 포퓰리즘식으로 흘러가 국민과 학생들을 들뜨게 만들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신하영·김기중·김봉구·민현희·윤수경·김재홍·박준범·임소윤·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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