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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연이은 학생 자살 왜?
“영재소리 들으며 자랐는데...공부로 좌절 느껴”
“사고의 스펙트럼 넓힐 교양교육 강화” 지적도
대학본부, 비상대책위 꾸려 근본대책 연구키로
3번째 학생 자살 소식이 전해진 30일 KAIST는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서남표 총장 주재로 주요 보직자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대책을 숙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박희경 기획처장은 “그간 (학생 자살)문제를 학생처에서 담당해 왔는데 이제는 이를 학교 전체 문제로 보고 본부차원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에는 주요보직자, 학생 대표, 외부 전문가 등 1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박 처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일어난 학생 자살 문제를 다시 살피는 노력을 하겠다”며 “향후 연구를 통해 근본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내부 구성원 “또 자살...충격”=본부 보직자뿐만 아니라 KAIST 내에서도 이번 사건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3번째 자살한 학생인 장모(경영과학과 4)씨의 같은 과 학생도 “수업시간에 질문도 많이 하고 밝은 성격이었다”며 “후배들도 잘 챙겨주는 선배였는데 자살을 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학생 자살 사건이 올해 들어 3건이나 터지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장씨의 경우 개인적으로 조울증을 앓아왔다. 같은 과 동료들은 “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실제로 2004년 ICU(한국정보통신대)로 입학한 장씨는 2006~2007년 복학과 휴학을 반복하는 등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008년~2009년 군복무를 마치고, ICU를 흡수 통합한 KAIST생으로 복학했지만, 지난해 봄학기 다시 휴학한 뒤 지난 가을학기에 복학했다.

복학 이후 장씨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그의 지난학기(2010년 가을)평점은 4.3만점에 3.61이었다. 올해 처음 자살한 조모군처럼 성적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당시 조씨는 전문계고 출신으로 학교장추천전형으로 KAIST에 입학, 성적문제 등으로 깊이 고민했었다.

이와 달리 이번에 자살한 장씨의 유족들은 “4년 전부터 조울증으로 병원치료를 받았고, 평소 밖에 나가는 것을 꺼려 방안에서만 지냈다”고 한다. 현재로선 그의 조울증이 자살 원인에 가장 가까운 셈이다.

그렇더라도 올해에만 3명이 자살한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박희경 처장도 “지금까지 세웠던 대책과는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실패 경험 적어 좌절 극복에 한계”=KAIST에는 매년 970명의 신입생이 입학한다. 이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이 과학고·영재고 등 특목고 출신이다. 매년 입학정원의 65% 정도가 특목고 학생들로 채워지는 셈이다.

특목고 출신 중에선 과학고가 90%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과학고 출신들은 대부분 2학년 때 학교를 조기졸업하고 KAIST에 들어온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전문계고 출신 조씨 자살사건 때 “KAIST는 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진학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자살 사건이 종종 있어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KAIST에 23년간 재직중인 윤달수 입학사정관실장도 “90년대 중반에도 1년에 2~3명 정도의 학생이 자살했다”고 말할 정도로 KAIST의 자살률이 낮지 않았다.

그 이유로 가장 많은 거론되는 게 학생들의 ‘출신배경’과 관련된 분석이다. 초·중·고교를 거치며 ‘영재’소리를 듣던 학생들이 KAIST에 들어와 좌절을 느끼거나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

자살한 장씨가 몸담았던 경영과학과 과대표인 고혁주(경영과학 2)학생도 “어릴 때부터 수재·영재로 자라온 학생들이 많은 KAIST에서 공부하다보면 뒤쳐지는 학생이 나오게 마련”이라며 “살아오면서 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이 좌절했을 때 일어서기가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학문분야를 경험하지 못한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KAIST 신입생들은 1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무(無)학과 상태로 1년을 보낸다. 2학년에 진급하면서 전공을 선택한다. 그 이후부터는 각자의 전공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다.

때문에 인문학 등 교양교육 강화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AIST 관계자는 “2학년 때 각자 전공을 찾아가서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고, 만나는 친구도 한정돼 있다”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고, 인문학 등 교양교육을 강화해 사고의 스펙트럼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성적에 따른 등록금 부과도 문제=수업료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재승 KAIST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는 3번째 자살사건 직후 “학생들의 일탈과 실수에 돈을 매기는 부적절한 철학에 여러분을 내몰아 참담하다”며 “창의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도록 장학금제도를 바꾸고, 교수·학생, 학생·학생 간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AIST는 서남표 총장이 지난 2006년 9월 취임한 뒤 등록금 제도를 개선했다. 전액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제도를 폐지하고, 성적에 따라 수업료 일부 또는 전액을 부담토록 했다. 평점 3.0 이상인 학생은 그대로 장학금 100%를 지급받는다. 그러나 3.0에서 2.0 사이는 수업료 일부를 내야 하고, 평점 2.0 이하는 연간 1500만원이 넘는 수업료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적지 않게 학생 간 경쟁체제를 강화하는 원인이 됐다. 대학본부도 이를 인정, 지난 1월 학교장추천전형으로 들어온 첫 전문계고 학생 조모군 자살 이후 제도를 개선했다. 수업료 부담정도를 완화한 것이다.

이승섭 학생처장은 “조군 사건 이후 총학생회와 논의해 제도를 개선했다”며 “과거에는 성적이 안 좋으면 내던 등록금 전액을 첫 학기는 절반으로 줄이고, 다음 학기에도 75%만 내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적에 따른 등록금 납부제가 남아있는 한 학생 간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고혁주(경영과학 2)씨는 “아무래도 등록금 문제가 걸려있으면 학생들이 심화된 경쟁 속에서 공부해야 하는 부담감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영재’소리만 듣던 학생들이 모여 등록금을 면제받기 위해 경쟁하는 것도 커다란 ‘스트레스’란 지적이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1-03-30 오후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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